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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육아휴직의 시작

by 포야와 소삼이

새로운 시작, 육아휴직의 시작은 1월부터이지만

휴가를 내고, 오늘 오후에 퇴근을 했다. 오전 7시도 안돼서 출근해서 서둘러 그동안의 짐을 정리하고, 버리고, 남길건 남기고, 책상 위의 먼지까지 싹 닦았다. 현장업무도 많아 신발도 여러 개 있었는데, 모두 버렸다. 깨끗이 닦고 나니 정말 학교는 떠나는 생각이 들었다.


2년 동안 다시 볼 문서도 없고, 다시 쓸 연필도 없다. 다시 찍을 도장도 없고, 전화를 받을 필요도 없다. 컴퓨터 작업을 좀 다룬다고 커다란 모니터를 2개를 썼었는데 고개를 돌려가며 볼 필요도 없다.


책상 위가 사무용 가구 들어왔을 때의 그 나무 색깔로 변했다. 항상 서류가 쌓여서 키보드와 마우스 할 때 이리저리 A4 종이 치워가며 했는데 한번 자리에 다시 앉아보니 제법 넓은 자리였다.


신입의 자리였다. 옮긴 적도 없었고, 내 자리 그대로 8년 이상을 사용했다. 의자 밑바닥은 시커먼 스크래치가 많이 나있어서 지우려고 쓱 닦아보았는데 닦이질 않는다. 그나마 누가 사용한 티가 확실히 난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생각보다 정리가 쉽게 되었다. 고민은 오래 하지만 결과는 빠르다는 생각을 다시 금하게 되면서, 고민하지 말고 바로 실천하고자 다짐을 했다.


어제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중 나는 게임채널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앞사람도 동영상을 보는데 수첩을 꺼내 메모를 하는 모습이 내 눈 시야에 스치듯 걸리면서 무슨 내용을 메모하는지 궁금했다.


움직이는 척을 하며 슬쩍 눈을 돌렸다.

'쉬는 시간의 일도 직장생활이라고 생각해라' 정확히 어떤 문장이었는지 기억하진 못하지만 순간 뇌리를 사악 스치듯 머릿속에서 깜짝 놀랐다.


'휴직기간의 시간도 직장생활이라고 생각해라'


내 삶의 소중한 시간도 직장생활처럼 해야 하는 일로 실천하자.

직장생활처럼 어쩔 수 없어도 해야 하는 일로 실천하자.


나는 휴직의 시간도 그냥 보내지 말고 책임감을 가지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게 잘못 본 것이라 할지라도 깊은 자각이 되었다.


마침 둘째 아이의 치료 예약을 해두었던 병원에서의 연락이 왔다. 엄마가 아닌 아빠가 출퇴근하듯 병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고 하니 사뭇 의아해하면서 치료 일정과 코로나 사전검사를 설명해준다. 수개월이 걸리겠지만 육휴에서의 한 과정을 시작하는 느낌이 든다. 난 휴직이 아니라 아이를 위한 부모의 책임 있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하나씩 하나씩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마음은 가볍고, 머릿속은 복잡하다. 내일부터 놀면 되는데 노는 건 내 마음이 원치 않아 몸이 생각을 못 따라갈 것 같다. 이렇게만 하면 되는지, 더 해야 하는지,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또 다른 업무의 부담감이 찾아온 듯하다.


생각은 단순하게, 실천을 먼저 한다. 내일부터 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마음먹은 것을 실천한다. 이렇게 하면 되는지, 더 해야 하는지 생각하지 말고 실천하고, 노력하면 결과는 찾아온다는 확신을 갖자.


10년 전 제일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나눠준 책에 의하면 이런 문구가 있었다.


'생생하게 꿈꾸면 현실이 된다.'


난 꿈을 잘 꾸지 않는다.. 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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