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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stavo kim 김성한 Oct 27. 2024

슬로베니아 포로토로즈의 전망 좋은 방

캐나다 휘슬러 스키장에서 일할 때 가장 친한 친구 중 슬로베니아에서 온 마르쿠스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는 슬로베니아에서 스키 강사를 하고 미국 스키장에서 일하다가 아르헨티나 여자와 결혼했다. 겨울에는 휘슬러 스키장, 여름에는 아르헨티나 스키장에서 일한다. 나는 이태리에서 크루즈 여행을 하기 전에 4일간의 여유가 있어 베네치아에서 가까운 국경에 있는 슬로베니아를 가기로 했다. 내 친구 마르쿠스에게 좋은 곳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포르토로즈(Portoroz)라고 불리는 해변 휴양도시를 추천해 주었다. 


슬로베니아는 좀 생소한 나라이지만 브라질 작가 바울로 꼬엘루가 지은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라는 책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그중 포르토로즈라는 곳은 해변에 있는 휴양지이다. 나는 베니스에서 기차를 타고 이태리 국경을 지나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동유럽은 서유럽에 비해서 물가가 싸고 민박 시스템이 잘되어 있어서  호텔을 정하지 않고 집을 빌리기로 했다. 


운이 좋게 골짜기에서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좋은 방을 3일간 100유로에 구할 수 있었다. 주인 할머니는 독일어를 잘해서 영어와 독일어를 섞어 가며 의사소통을 했는데 참 친절했다. 아담한 집 앞 정원에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예쁜 정원이 있었다. 포도나무, 감나무, 대나무를 비롯하여 상추, 시금치 등 여러 종류의 허브가 있었는데,  할머니가 나에게 마음대로 따 먹으라고 해서 매일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었다.  조그마한 부엌도 있어서 슬로베니아 산 햄과 소시지를 슈퍼에서 구입하여 마늘 스파게티와 고기를 구워 먹었다. 집에서 해변 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슬로베니아는 현대식 건물들이 참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 있고, 모든 것이 풍요로워 보였다. 사람들도 잘 생겼고 친절했다. 첫날, 혼자 돌아다니다가 현지인이 잘 가는 곳같이 보이는 바에 들어갔다. 마침 와인 시음 회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유일하게 맥주를 마시며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중 한사람은 태어나서 동양인을 TV에서나 보았지 실제로는 처음 보았다고 신기해했다. 워낙 동양인들이 드문 도시라 해외를 가 보지 않고서는 동양인을 보기가 힘들었나 보다. 브라질 시골에 가도 동양인을 보면 신기해하며 아이들이 줄줄 따라다녔는데, 동유럽에도 이런 곳이 있었다. 


둘째날 브라질에서 온 친구 기와 마르셀로도 조인하여 차를 렌트하여 해변가 바를 돌아다니며 놀았다. 한 바에서 만난 한 여자는 머리에 웨딩드레스 같은 모자를 쓰고 있기에 이유를 물어보자 2주 후 결혼하여 처녀파티(싱글파티)를 하러 친구들과 2박 3일로 놀러 왔다고 했다. 우리는 그들과 어울려 신나게 놀았다. 그들은 그곳에서 5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묵고 있었는데, 멋진 스쿠터를 타고 오고, 한 아이는 로맨틱한 비치 크루저 자전거를 타고 왔다. 그 모습들이 참 아름답고 바닷가 풍경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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