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제철의 맛

고택의 정취를 닮은 늙음의 맛, 늙은 호박전

by 바롱이

진골목식당은 대구 중앙로역 1번 출구 진골목 미도다방 맞은편에 있던 노포였다. 식당 입구에 놓인 늙은 호박과 백 년 고택의 어우러짐은 음식을 먹기 전임에도 깊은 맛을 느끼게 했다.


손으로 투박하게 찢은 소고기와 대파를 듬뿍 넣어 끓인 얼근하고 시원한 국물의 '대구탕'이라 부르는 대구식 육개장이 대표 음식이었다. 늙은 호박을 갈아 부쳐낸 호박전도 별미였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에 40여 년 전통의 노포가 2020년 11월 25일 폐업했다. 잊히는 추억의 식당이 되었다.


예스러운 한옥 한쪽에 호박전의 주재료인 늙은 호박들이 층층이 쌓여 있다. 쌓아놓은 모양이 맷돌과 닮아서 '맷돌 호박'이라고도 불린다. 오래된 한옥의 정취를 닮은 듯 담황색 늙은 호박에도 주름이 깊이 새겨졌다.


호박전은 긁어낸 늙은 호박의 속살을 갈아 부침가루와 소금을 섞는다. 채 썬 늙은 호박도 넣는다. 기름 적게 두른 팬에 둥글납작한 모양을 만들어 노릇하게 지진다. 하얀 접시에 황금색 꽃이 피었다.


호박전의 보들보들한 식감과 은은한 단맛이 겨울철 입맛을 돋웠다. 조선간장에 썬 파를 넣은 짭짤한 양념간장에 찍어 막걸리 한잔도 들이켰다. 한 접시가 순식간에 비워졌다. 고택의 정취를 닮은 늙음의 맛이었다. 늙음의 맛은 젊음의 맛을 아우르고 깊은 맛을 뿜어냈다.


이젠 기억속에서만 맛볼 수 있다. 잊히는 추억의 맛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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