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제철의 맛

바다가 기른 자연산의 힘, 홍합탕

by 바롱이

호도물회는 청주 제2운천교 아래, 굴다리 옆에 있다. 초행길엔 찾기가 쉽지 않다. 중년의 수수하고 선한 인상의 부부분이 1991년부터 운영하신 횟집이다.


지역 단골손님들이 대부분으로 뜨내기손님은 거의 없다. 충남 보령 호도라는 섬에서 지인이 잡아서 보내주는 수산물로 음식을 내기 때문에 조업 여부에 따라 영업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전화 문의 후 찾아야 한다.


회는 자연산 노래미를 활어회로 주로 내고 가끔 광어회도 나온다. 자연산 홍합으로 끓인 시원한 홍합탕이 맛깔나다.


2024년 8월 현지 사정으로 인하여 더는 영업하지 않는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리워할 맛집이다.



"바다가 기른 자연산의 힘"


홍합 껍데기에 각종 해조류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자연산 홍합의 물증이다.


큰 냄비에 강원도 지방에선 '섭'으로 부르는 씨알 굵은 자연산 홍합, 반달 모양으로 큼직하게 썬 무, 미역, 대파, 청양고추 등 포장해 준 식자재를 큰 냄비에 담고 물만 약간 넣고 끓인다.


무와 홍합에서 뽀얗게 우러난 국물을 한술 뜬다. 개운하고 통쾌하다. 시원함이 창자 끝까지 짜릿하게 타고 내려간다. 뒤이어 청양고추의 칼칼한 매운맛이 슬며시 올라오며 맛의 변주를 준다. 국물이 자박해질수록 바닷속 깊은 맛을 끌어내어 자연의 짠맛과 감칠맛은 더 진해진다.


껍데기를 벗겨 살만 발겨 먹는다. 주황색 살이 튼실하고, 통통하다. 졸깃하고 탄력적인 겉살과 탱글탱글하고 부드러운 속살이 한데 어우러지는 식감이 일품이다. 살 발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원함을 내준 뭉근한 무는 부드럽고, 송송 썬 파는 살강 씹히고, 미역은 매끈하고 졸깃하게 씹힌다. 중간중간 씹히는 청양고추가 매운맛의 존재감을 뽐낸다.


홍합은 자연산이라 씨알이 때마다 다른듯하다. 자연산 미역도 넣어 끓여준다. 홍합 크기에 따른 살맛은 크지 않지만, 국물 맛의 차이는 난다.


특별한 기교 없이 물만 넣고 끓인 홍합탕에 속까지 흐뭇해진다. 바다가 기른 자연산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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