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치미 어원은 '동침(冬沈)'이라는 한자어에서 나왔다. 겨울 동(冬) 자에 김치를 나타내는 침(沈) 자를 사용해 '겨울에 먹는 김치'라는 뜻이다. '동침'은 시간이 흐르면서 부르기 편한 동치미로 말이 바뀌었다.
동치미는 항아리에 삭힌 고추, 쪽파, 소금에 절인 작고 단단한 무 등을 담고 국내산 천일염을 넣은 소금물을 흥건하게 부어 담근 발효 김장 김치다. 무가 뜨지 않도록 누름돌을 얹었다. 누름돌에 눌러진 동치미 무에 간간한 소금물이 서서히 스며든다.
동치미 무는 시간이 지나도 물러지지 않았다. 단단하고, 아삭하다. 자연 발효되며 익은 국물은 톡 쏘는 청량함에 맑고 개운한 맛, 새콤달콤한 맛, 웅숭깊은 짠맛이 조화롭게 섞였다. 삭힌 고추의 알싸한 맛이 풍미를 더해준다. 잘 삭혀진 국물의 맛은 시중의 청량음료와는 비교 불가다. 얕은 단맛이 아닌 발효 숙성의 깊은 맛을 지닌 최고의 청량음료다.
먹을 때마다 국물 맛이 조금씩 다르다. 국물이 짜면 물을 붓고 신맛이 강하면 설탕을 약간 넣어 간한다.
바다에서 수확한 돌김, 직접 농사지은 쌀, 텃밭에서 캔 시금치, 농사지어 갓 짜온 신선한 참기름을 넣은 돌김 김밥에 김장 때 한 웅숭깊은 동치미를 곁들인다. 동치미의 자연 발효된 탄산 국물이 개운하다. 김밥의 퍽퍽함도 덜 해주고 소화도 돕는다. 찰떡궁합이다.
돌김 김밥은 두툼하고 까슬한 돌김에 소금, 참기름을 넣어 간한 부드러운 밥을 깔고 시금치를 데쳐 삼삼하게 무친 사근사근 씹히는 시금치 무침, 보드라운 달걀지단, 동치미 무를 넣어 말아낸다.
돌김 김밥을 먹기 좋은 한 입 크기로 썰어 빛바래고 찌그러진 양은그릇에 담는다. 어머니는 고구마, 찐 감자, 찐 밤, 강냉이 등 주전부리나 김밥을 담을 때 꼭 오래되고 볼품없는 이 그릇을 사용한다. 투박하고 수수한 멋이 돌김 김밥의 맛을 푸근하게 아우른다.
돌김 김밥은 특유의 향과 쫀득하게 씹히는 달금하고 고소한 맛의 돌김, 직접 농사지은 쌀로 지은 하얀 쌀밥, 텃밭에서 키운 푸릇하고 달큰한 시금치, 농사지은 참깨로 짠 깊은 향과 고소한 감칠맛의 참기름, 짭짤한 삭힌 맛과 시원한 맛, 아작아작 씹히는 동치미 무 등이 한데 어우러져 풍미를 돋운다.
가수 이승철의 노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의 가사다. '사람' 대신 '김밥' 으로 바꾸고 싶다.
천번이고 다시 태어난대도
그런 사람 또 없을테죠
슬픈 내 삶을 따뜻하게 해준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돌김 김밥은 소박하고 단순한 식재료로 만들었다. 복잡하지않은맛은 고스란히 외곬의맛으로저장된다. 시간과정성, 수고스러움이듬뿍담긴김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