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텃밭에는 꽈리고추, 가지, 오이, 호박 등 채소들이 자란다. 땅힘과 햇볕힘을 오롯이 머금은 신선한 채소들은 여름 밥상을 책임지는 밑반찬으로 변신한다.
무더운 8월 중순 여름 아침 밥상을 맛본다. 따뜻한 하얀 쌀밥에 집된장, 호박잎, 새우, 감자 등을 넣어 끓인 된장찌개를 중심으로 가지와 오이를 넣은 시원한 냉국, 갖은양념에 볶은 부드럽고 달금한 애호박 볶음, 쫀득하고 풋풋한 꽈리고추찜, 열무김치, 쌈장, 찐 호박잎 등 밑반찬이 차려진다.
텃밭 여름철 싱싱한 채소와 어머니 손맛이 더해진 집밥이다. 소박하나 누추하지 않은 여름 집밥이다.
여름 채소들이 어머니 손길을 빌려 밑반찬으로 태어난다. 호박의 어린잎을 찐다. 꺼끌꺼끌함이 덜해진 푸른 잎은 촉촉하고 부드럽다. 씹으면 심심하지만 향긋한 푸른 물이 입안에 고인다. 집된장에 청양고추, 깨 등을 넣어 묽게 만든 구수하고 칼칼한 쌈장과 따뜻한 흰 쌀밥을 싸 먹으면 그만이다. 여름 입맛을 돋우는 찐 호박잎과 쌈장이다.
풋풋한 꽈리고추에 밀가루를 묻혀 찐 후 간장, 깨, 고춧가루, 매실액 등 양념장에 버무려 참기름을 살짝 두른다. 부드러우면서도 쫀득쫀득한 식감에 맛있게 매운맛이 더해진 꽈리고추찜이다. 수고스러움이 담긴 여름 밑반찬이다.
채 썬 오이와 짙은 보랏빛 가지를 쪄 알맞은 굵기로 찢어 넣고 물을 붓는다. 식초, 매실액, 고춧가루, 집간장과 양조간장을 적당히 섞어 간을 맞춘 후 깨를 뿌린다. 새콤달콤 상큼한 국물에 매콤한 맛이 더해진다. 아삭한 오이와 국물이 배인 촉촉하고 부드러운 가지의 식감도 좋다. 여름 더위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주는 소박한 여름 밑반찬이다.
쌀뜨물에 멸치와 다시마를 넣어 우려낸 육수를 붓는다. 반달 모양으로 썬 애호박, 호박잎, 감자, 청양고추, 통통한 새우 등을 넣고 집된장을 풀어 끓인다. 어머니표 된장찌개다.
구수한 집된장의 맛, 칼칼한 매운맛의 청양고추, 물컹하고 달금한 애호박, 국물이 촉촉하게 배인 보들보들한 호박잎, 보슬보슬 고소한 감자, 탱글탱글한 새우살 등 제철 식재료의 식감과 맛이 한데 어우러져 풍미를 더한다.
김훈 산문 '라면을 끓이며'속 표현대로 '건더기는 국물속으로 우러나고 국물은 건더기 속으로 스며든다.' 우러남과 스밈은 깊은 맛을 낸다.
하얀 쌀밥에 국물과 건더기를 넣어 비빈다. 여름 제철 식재료의 맛과 어머니 손맛이 어우러져 무더위에 지친 입맛을 달래준다.
식사 후 물을 마시며 어머니는 “괜찮아유~” 한마디를 슬며시 던진다. 여름 집밥의 맛은 “괜찮아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