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식당은 목포 항동시장 먹거리 골목에 있는 식당 겸 대폿집이다. 내부 공간이 넓지 않다. 푸근하고 넉넉한 인심의 여사장님이 운영한다.
구청호시장에서 장 본 식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10여 가지가 넘는 밑반찬에 곁들여 먹는 백반과 철마다 나는 식재료로 만든 안주에 술 한잔해도 좋은 곳이다.
항구 뒷골목의 걸진 밥상
백반을 주문한다. 쌀과 보리를 섞어 지은 밥에 한소끔 끓여 둔 시래깃국을 내준다. 시래깃국은 육수에 된장을 풀고 멸치, 무청 시래기를 넣어 끓였다.
밥 한술 떠 입에 넣은 숟가락은 곧바로 시래깃국 속에 몸을 파묻고 국물과 건더기를 퍼 올려 입속으로 전달한다. 입속에서 밥과 국이 뒤섞인다. 꼭꼭 씹는다. 담백한 밥에 스며든 국은 알맞은 온도와 간을 맞춘다. 어금니에 시래기는 사박사박, 보리 밥알은 꺼끌꺼끌하게 흔적을 남기고 혀에는 국물의 구수한 감칠맛이 포개진다.
한 번 더 숟가락이 밥과 국을 오간다. 국물에 우려지며 제 몸을 헌신한 콩알은 구뜰하고, 은빛을 잃은 멸치는 여린 감칠맛으로 마지막 숨은 맛을 보탠다.
꽃 그림이 그려진 둥그런 쟁반엔 시금치 무침, 콩나물무침, 풋풋하고 사각사각 씹히는 열무김치, 김무침, 포조림, 부드러운 속살의 양념게장, 배추겉절이 등 밑반찬이 꽃처럼 동그랗게 피워있다.
여사장님이 구청호시장에서 아침 일찍 장 본 식재료로 만든 찬들이 허투루지 않다. 음식마다 양념이 비슷한듯 다른 맛을 낸다. 깔끔하게 담은 찬들은 혼자 먹기에 적당하다. 밑반찬은 매일 조금씩 바뀐다고 한다.
오른손 뒤에 잡고 있던 젓가락은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빛바랜 양은 쟁반을 살핀다.
젓가락이 굴 무침 위에서 맴돈다. 통통하고 뽀얀 얼굴에 갖은양념으로 덧칠한 굴이 불그스름한 게 먹음직스럽다. 날쌔게 집어 입에 넣고 씹는다. 어금니에 겨울 바다의 싱싱함이 녹진하게 콕 박힌다. 빨간 양념은 매운맛을 깨는 고소함을, 쪽파는 알싸함과 식감을 더해준다.
굴 무침을 먹은 젓가락은 밥을 퍼 입에 넣고 씹으며 다음 먹이를 노린다. 당근, 고추, 쪽파 속에서 노니는 작은 게가 보인다.
한 마리를 입에 넣고 아기작댄다. 바다의 짠맛 대신 인간이 만든 간장의 짠맛과 감칠맛을 머금은 칠게장은 간간짭짤하고 부드럽게 씹힌다. 몇 마리를 더 씹으며 음미해 본다. 짭짤한 감칠맛 뒤로 여릿한 내장의 쓴맛, 부드러운 속살의 맛, 껍질의 거친 맛, 맛배기의 감칠맛 등 복잡한 맛이 뒤섞인다. 칠게는 작은 몸 안에 진한 바다의 풍미를 잊지 않고 간직하고 있었다.
매의 다음 모이는 소금, 고춧가루, 통깨, 쪽파, 고추 등에 무쳐진 아주 작은 새우였다. 작지만 새우 형태가 오롯하고 속이 투명하다. 숟가락에 밥 한술 크게 퍼 세하젓을 얹어 꿀떡 넘긴다. 한 젓가락에 달려온 새우 수십 마리가 입속을 헤엄친다. 짠맛 덜한 세하젓은 고소하고 달금하다. 여럿이 뭉쳐서 내는 감칠맛이 그만이다.
국과 밥, 쟁반 위 밑반찬들을 오가는 손놀림이 바쁘다. 식재료에 알맞음을 이끌어낸 연륜이 만든 작품들 때문이다.
내부 공간은 좁고 허름하지만, 맛은 게미지다. 밥과 모자라는 찬들을 더 내주려는 여사장님의 인심은 덤이다.
항구 뒷골목의 걸진 밥상덕에 뜨내기 여행객의 배는 포만감으로 흐뭇하고, 발걸음은 힘차고 가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