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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롱이 Nov 08. 2023

콩비지는 정성을 담아 돼지등뼈로 스며든다

종호네콩비지는 서울 종로신진시장  골목에 있다. 30    사장님이 인수  상호를 변경하여 운영 중이다. 노란 간판에 빨간 콩비지 글씨가 눈에 띈다. 노부부가 함께하며 손녀가 일손을 돕고 있다. 상호가 오랜 친구 이름과 어서 오래 기억될 집이다.


노란 메뉴판이 보인다. ‘따구’라 쓴 메뉴에는 돼지등뼈가 들어간다. '맛과 정성을 다하겠습니다.'란 문구가 보인다. 식사 후 다시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열린 주방으로 아궁이와 불린 콩을 삶는 가마솥이 보인다. 시골 할머니  부엌처럼 푸근하다.


따구 비지를 주문한다. ‘따구’는 뼈다귀를 ‘비지’는 콩비지를 뜻한다. 대접에 큼지막한 돼지등뼈와 콩비지를 담아 내준다. 열무김치, 양파무침, 씻은 묵은지, 무생채, 채썬 대파와 청양고추가 섞인 양념간장을 곁들여 먹는다. 밑반찬 간이 세지 않다. 일반 공깃밥보다 양이 적은 흑미밥도 나온다. 먹다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밥은 요청하면 더 내준다. 단출하지만 할머니가 차려준 졍겨운 집밥이 떠오르는 밥상이다.


살을 발라낸 돼지등뼈를 잡고 훑는다. 투박한  입자가 입술과 혀를 간지럽힌다. 뼈에 남겨진 살을 먹기 위해 쪽쪽 빨아 먹는다. 입속으로 빨려 들어온 살은 어금니에 맞서지 않고 보드랍게 씹힌다. 양념간장 감칠맛이 슬그머니 입가에 묻는다.


따구 비지  콩비지는 두부를 만들며 두유를 짜낸 찌꺼기가 아닌  그대로를 갈아 만들었다. 돼지등뼈를 건져낸 콩비지는 툽툽하고 걸다. 한술 크게 떠먹는다. 국물은 심심하다.  숟가락  먹는다. 먹을수록 밋밋함 뒤로 콩과 돼지등뼈에서 우러난 풍미가 여리게 여운을 남긴다. 국물에 뺏겨 잊었던 작은 건더기들이 입안을 놀린다. 투박하게 갈려진 거친  입자는 고소함으로, 끓으며 돼지 뼈에서 떨어진 부드러운 살점은 구수한 맛을 선사한다.


콩비지에 양념간장을 풀어 맛을 본다. 담백함에 간이 맞춰지고 맛은 정점으로 향한다.  지어진 흑미밥도 콩비지에 만다. 양념간장도  넣어 맛본다. 거칠게 갈아진 , 간장 머금은 대파와 고추, 고슬고슬한 , 촉촉한 고기 살점 등이 한데 아우러져 술술 넘어간다. 콩과 돼지등뼈가 우러나고 스며들며 3   따구 비지는 허기를 달래주고 속까지 편안케 하는 먹거리다. 배를 살며시 쓰다듬으며 포만감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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