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밥상지도로는 광주 서암대로 사거리 우측 새소망교회 방향으로 조금 오르면 있다. 혼자 아침 식사하러 들렸다. 주인 할머님이 혼자도 밥 차려 줄 테니 11시 30분경 오라고 한다.
장날인 말바우 시장 구경을 하고 12시쯤 다시 찾았다. 식탁 위로 밑반찬들이 정갈하게 차려져 있다. 단골손님들이 많은 듯하다. 잠시 후 자리가 꽉 찬다. 주변 회사 분과 인부분들로 보인다. 점심시간은 어머님이 백반만 판매하며 저녁 시간엔 시인 겸 요리사인 아들분이 세트 메뉴와 코스요리 두 가지 술상 음식을 만든다.
집밥의 정석
자리에 앉아 식탁을 둘러본다. 배추겉절이, 감자조림, 시금치 무침, 건새우 볶음, 열무김치, 달걀말이, 파김치, 미나리무침, 미역줄기볶음 등 밑반찬이 하얀 그릇에 깔끔하게 담겨 있다. 미리 만들어 보관해 둔 게 아닌 점심시간에 맞춰 만들어 신선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간도 자극적이지 않고 식재료에 알맞게 양념하였다.
밑반찬을 몇 개 맛보는 동안 점심 손님들 시간에 맞춰 지은 따뜻하고 찰진 쌀밥에 졸깃한 바지락살과 매끈한 미역을 넣어 끓인 미역국을 내준다.
김이 오르는 밥을 한술 뜬다. 밥이 살아 있다. 씹을수록 구수하고 단맛이 은은하다. 숟가락과 젓가락이 밥과 밑반찬을 번갈아 가며 바삐 움직인다. 미역국도 한술 크게 뜬다. 국물이 삼삼하고 시원하다. 딸려 온 미역과 바지락살은 제 식감을 어금니에 전달하고 푸르고 뽀얀 바다의 감칠맛은 입안을 휘감는다. 바쁜 수저질에 밥공기 속 하얌은 없어지고 밑반찬을 담은 흰 그릇은 양념의 흔적이 남은 수채화로 변한다.
밑반찬과 국은 매일 조금씩 바뀐다고 한다. 수수한 밑반찬들이지만 정성과 솜씨가 담긴 밥상이다. 어머님 마음 씀씀이가 오롯이 느껴지는 집밥의 정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