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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롱이 Oct 31. 2023

단물은 짠물을 보듬는다, 설탕국수

서울장수국수는 광주 1913송정역시장에 있다. 맞은편 서울떡방앗간의 자연 건조 국수를 사용하는 국수 전문점이다. 잔치국수, 비빔국수, 열무국수, 콩물국수 등과 부침개, 만두 등을 판매한다. 설탕 국수, 홍어회 국수 등 별미 국수도 맛볼 수 있다.


설탕국수를 주문한다. 묵직한 뚝배기에 생수 , 일반 면보다 약간 굵어 보이는 면을 삶아 넉넉하게 담고 설탕을 얹어 내준다. 아삭하게 씹히는 부추 넣은 얼갈이배추, 새곰한 단무지를 곁들여 먹는다.


단물은 짠물을 보듬는다

설탕국수는 투박하고 묵직한 갈색 뚝배기 그릇에 뽀얀 면발을 똬리 틀어 담고 순백 설탕을 얹는다. 맑고 투명한 생수 물은  아래가 잠길 정도로 자작하게 붓는다. 담음새가 정갈하다. 갈색 그릇 안에서 무색이 하얀색으로 층층이 변신한다.


설탕을 면과 생수 물에 섞는다. 무미(無味) 물이 깔끔한 단맛으로 변한다. 달금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단맛이 강해진다. 약간  굵은 면에도 시간이 흐를수록 단맛이 서서히 스며든다. 부드러움과 졸깃함이 섞인 면에도 달금함이 묻어난다.


아삭하고 풋풋한 얼갈이배추 겉절이를 얹어 먹는다. 매콤한 양념과 식감이 달큰한 설탕물, 졸깃한 면과 잘 어우러진다. 면을 다 먹은 후 남은 설탕물을 들이켠다. 단맛이 진하다. 달콤하다.


사장님 말씀에 따르면 "설탕 국수는 가격도 싸서,  추억을 떠올리는 연세 계신 어르신들이 주로 찾아 드신다고 한다."  어르신들 추억의 단맛으로 뜨내기 여행객 호기심의 단맛으로 서로 다른 단맛 느낀다.


바쁘게 젓가락질하다 보니 하얌을 담고 있던 뚝배기 밑바닥이 드러난다. 하얀색과 무색은 사라지고 갈색만 남는다. 설탕의 단맛도 담백한 맛에 포개지며 여릿한 여운을 남긴다.


모든 어르신이 같진 않겠지만, 설탕(설탕도 귀해서 사카린, 신화당을 넣어 드셨다고 한다.) 넣은 국수의 단물로 고된 논밭 일로 흘린 땀의 짠물을 씻어내며 피로를 잊으신 게 아닌가 추측해 본다. 단물은 짠물을 보듬는다. 뚝배기처럼 묵직하게 마음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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