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백반 마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롱이 Dec 19. 2023

할머니 집밥을 먹고 싶다면 벌교로 가라?

소화밥상은 벌교 보성여관 가는 골목길에 있는 백반 전문점이다. 65세 이상 어르신들의 모임인 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한다. 운영 시간은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다. 메뉴는 백반 한가지로 5,000원을 받는다. 식재료는 대부분 국내산을 사용한다. 할머님들이 그날그날 식단에 맞춰 음식을 만드신다. 교대로 번갈아 가시면 일하신다. 최소 50 경력의 할머니 손맛이 담긴 집밥을 맛볼 수 있다. 방문한 날은 할아버님 한 분과 세분의 할머님들이 계신다. 친절하시고 정이 많아 보이신다.


할머니 정과 손맛이 듬뿍 담긴 집밥


네모난 나무 쟁반에 따뜻한 밥과 된장국, 밑반찬을 깔끔하게 차려 내준다. 꽃 그림이 그려진 위생 종이 안에 수저가 담겨 있다. 청결하다. 물도 찬물과 더운물을 섞어 미지근하게 해 주신다. 손님에 대한 배려의 마음이 엿보인다. 배려의 멋은 손님이 대접받는 느낌이 들게 하고 맛으로 오롯이 이어진다.


한문으로 복(福) 자가 쓰인 밥뚜껑을 연다. 따뜻함과 구수함을 품은 하얀 김이 코끝에 와 닿는다. 코로 맛을 즐기고 위생 종이를 벗긴다. 깨끗한 수저는 얼굴이 비칠 정도로 환하다. 숟가락을 들어 밥을 한술 뜨고 어금니로 꼭꼭 씹는다. 코로 느낀 맛에 은은한 단맛이 더해진다.

숟가락질은 자연스럽게 된장국으로 이어진다. 된장 국물은 담백하고 엇구수하다. 된장 기운이 스며든 배추 우거지는 부드럽게 씹히며 수수하지만, 깊은 맛을 뿜어낸다. 입안 전체가 물리지 않는 된장 맛으로 가득하다.


된장의 여운을 즐기며 식판을 바라본다. 배추김치, 깻잎무침, 부추무침, 달걀말이 등 밑반찬과 양파, 파, 고춧가루, 돼지고기 등을 넣어 볶은 달금하고 매콤한 돼지불고기 반찬이 하얀 그릇에 정갈하게 차려져 있다.


젓가락으로 바꿔 잡은 손은 찬들을 골고루 맛본다. 밑반찬은 담백한 밥에 알맞은 간이다. 자극적인 맛이 덜해 먹기에 편안하다. 수저질은 밥과 국, 찬을 오가느라 바쁘다.


밥공기가 비워 갈 때쯤 할머니 한 분이 “모자라면 더 먹어” 말씀하신다. 할머니 집에 놀러 온 손자 같은 기분이 일렁인다. 할머님들의 연륜과 손맛이 듬뿍 담긴 푸근한 집밥을 맛봤다. 밥뚜껑에 쓰였던 복(福)을 흠뻑 가슴에 담고 나온다.



  


매거진의 이전글 돌솥비빔밥은 소리로 먼저 먹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