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옥은 인천 강화도 강화중앙시장 주차장 뒤편에 있다. 월남하신 친정 고모님이 1953년 시작한 해장국집을 이어 조카딸이 운영하는 노포 밥집이다. 조카분도 할머니가 되셨다.
식당 부근에 어진 봉안 진전 제사 시 쓰이던 우물인 솔터우물이 있다. 오래된 노포들은 식당 자체나 부근에 좋은 물, 신성시되는 물들이 있거나 그런 물들을 사용하는 듯하다. 솔터우물 앞으로 새로 지은 우리옥이 보인다. 솔터우물 위에는 무말랭이가, 옆에는 코다리가 말려지고 있다.
새 건물로 지은 후 무쇠솥 장작불로 지은 밥과 옛 정취는 사라졌으나 연륜 있는 할머님들의 음식 솜씨와 정성이 담긴 백반을 맛볼 수 있다. 밥과 국, 십여 가지 찬이 나오는 백반이 대표 음식이며 추가로 조림이나 찌개, 불고기, 간장게장도 주문할 수 있다.
"은근한 정성이 배인 밥상"
백반을 주문한다. 겉 부분이 벗겨지고 우그러진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는 둥그런 양은 상에 결명자 물, 국과 밥, 십여 가지의 밑반찬을 담아 내준다. 진한 갈색빛이 도는 따뜻한 결명자 물로 속을 먼저 달래준 후 음식을 맛본다.
강화섬쌀로 지은 고슬고슬한 하얀 쌀밥과 삼삼한 미역국 등 국과 밥을 중심으로 시금한 김치, 심심한 간의 사각사각 씹히는 오이지, 짭짤한 감칠맛의 조개 젓갈, 버섯, 콩나물무침, 호박 나물, 맵싸한 강화도 특산물인 순무로 담은 아삭하고 시원한 순무 김치, 담백하고 고소한 콩비지, 양념이 잘 밴 고소한 꽁치와 짭조름하고 시원한 무 등을 넣은 꽁치조림 등 수수한 밑반찬들이 정갈하게 차려진다.
표현할 것은 다 표현하여 부족함이 없는 밥상이다.
두 번째 찾아 맛본 백반이다. 결명자 물이 여전히 나온다. 노포는 변함이 적다. 반가움의 짙은 갈색빛으로 목을 축인다.
세월의 더께가 묻은 양은 쟁반에 하얀 쌀밥과 간이 세지 않은 미역국이 한식 백반의 줏대를 잡는다. 국이 조금씩 바뀌는 거로 아는데 두 번째 밥상에도 미역국을 맛본다. 삼삼하고 담백한 맛이 첫맛과 변함없다.
따뜻하고 담박한 밥에 찬들을 맛본다.
찐 호박잎은 까슬함은 덜해졌지만 푸름은 잃지 않았다. 집된장이 짜서 들깻가루, 호박 대, 고추 등을 넣어 덜 짜게 만드셨다는 쌈장엔 배려의 멋이 담겨있다.
푸른 찐 호박잎에 새뽀얀 밥을 얹어 갈색 쌈장으로 분칠한다. 동그랗게 오므려 쌈을 싸 입에 욱여넣고 꼭꼭 씹는다. 푸른 채소즙이 물컹 터지고 짭짤하고 구수한 감칠맛이 뒤를 받친다. 밥도 은은한 단맛을 보탠다. 수저를 내려놓은 손은 몇 번 더 쌈을 싸 먹는 전용 식사 도구로 변신한다. 입안이 자연스러운 맛으로 기껍다.
단단함을 잃은 감자조림은 폭신하고 콩나물무침과 열무김치, 무생채는 조금씩 다른 아삭함으로 어금니에 흔적을 남긴다.
졸깃한 버섯은 고기의 질감을 대체하고 양념 조개 젓갈은 감칠맛을 담당한다. 알맞은 식감과 신맛을 품은 순무 김치는 강화도 특산물의 맛을 뽐낸다.
짭짤하게 간이 밴 비지찌개는 구뜰하고, 부들부들하게 입안을 감치며 쓸모를 잃은 식재료도 맛깔스러움을 알게 해준다. 질리지 않는 맛이다.
꽁치조림 속 양념에 졸여지며 뭉근해진 무는 얼근한 맛이 스며들었지만, 달금한 맛은 붙잡고 있었다. 매운맛을 껍질에 묻힌 꽁치는 물러지지 않은 하얀 속살을 간직하며 고소하게 씹힌다. 꽁치조림은 고기반찬이 없는 밥상의 서운함을 잊히게 해준다.
소박하고 정성 담긴 밑반찬들이 동그랗게 차려진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은 밥상이다. 백반의 전설은 사라지지 않고 대를 잇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