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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롱이 Apr 01. 2024

80세 이상 삼천냥, 삼천냥보리밥

대청댐, 문의문화재단지, 청남대 등 관광지와 인접해 있는 문의면 행정복지센터 부근에는 관광객들 상대로 영업하는 카페와 식당들이 몰려 있다.

시티투어버스에서 내린 관광객들은 점심 식사하기 위해 뿔뿔이 흩어진다. 청주 시티투어버스 기사님과 해설사분, 한 쌍의 부부 관광객과 함께 문의 종점 버스 정류장 삼천냥보리밥으로 간다. 삼천냥보리밥은 여름에 들려 콩국수를 먹은 곳이다. 메뉴판에 '80 이상 보리밥 3,000'이 눈에 띈다. 시골 어르신들에게 신선하고 건강한 음식을 싸게 대접하려는 주인장의 마음 씀씀이가 엿보인다.

기사님과 해설사분은 쌀밥과 보리밥을 반반 섞어 주문하고 나는 꽁보리밥을 주문한다. 탁자에는 고추장과 참기름이 담긴 통이 놓여 있다.

스테인리스 대접에 옅은 갈색을 띠는 통통한 꽁보리밥을 넉넉하게 담아 내준다. 콩나물무침, 시래기 무침, 무생채, 열무김치, 상추와 쑥갓 등 밑반찬과 검은 뚝배기 속 시래기와 된장을 넣어 끓인 구뜰한 된장찌개를 곁들여 먹는다.


꽁보리밥이 담긴 대접에 밑반찬으로 나온 음식들을 골고루 빙 둘러 얹는다. 된장찌개 국물과 건더기도 넣고 고추장도 더한다. 참기름을 두세 번 빙빙 두르고 대접을 바라본다. 색감이 곱다. 눈으로 먼저 맛을 느낀다.

숟가락을 잡은 손이 자연스럽게 비빔을 시작한다. 진한 빨간빛이 꽁보리밥과 밑반찬에 스며들며 흐릿해진다. 푸른 채소와 노란 콩나물 대가리는 제 색을 잃지 않고 또렷하게 존재를 알린다.

한술 크게 떠 맛본다. 자극적이지 않고 구수하다. 꺼끌하고 통통한 보리 밥알과 밑반찬들은 때론 따로 때론 합쳐지며 다른 식감과 맛으로 어금니와 혀를 놀린다. 손놀림은 빨라지고 입속은 풍성한 맛으로 가득하다. 대접 바닥이 깨끗이 드러난다. 맛깔남의 물증이다.

식사 후 물을 마시며 "혼자보단 여럿이 먹어야 음식이 맛있다."라는 기사님 말을 되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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