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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롱이 Mar 18. 2024

발품, 손품을 오롯이 느낀 밥상

대전 산골짜기 생고사리 조기찌개

산골짜기는 대전 신탄진 석봉구름다리 부근 골목에 있는 식당이다. 연세 계신 어머님, 중년의 아드님과 이종사촌 누나분이 함께 운영한다. 식당 주변에 좁지만 주차 공간이 있으며 식당 내부는 가정집 분위기가 물씬 난다.

 

산에서 직접 채취한 버섯에 돼지고기 또는 소고기를 넣어 끓이는 자연산 버섯찌개와 자연산 버섯전골, 생고사리와 조기를 넣어 끓인 생고사리 조기찌개가 대표 음식이다.


자연산 버섯닭볶음탕, 민물새우탕도 판매하며 능이백숙은 예약주문 시 맛볼 수 있다. 수고스러움이 담긴 밑반찬들을 함께 내준다.


발품, 손품을 오롯이 느낀 밥상


생고사리 조기찌개를 주문한다. 따뜻하고 고슬고슬한 쌀밥에 장녹나물무침, 김치, 오이지무침, 호박고지, 말린 가지나물 볶음, 얼갈이배추데침, 깍두기, 두릅장아찌 등 밑반찬을 함께 내준다.


생고사리 조기찌개는 널찍한 냄비에 진갈색과 연녹색의 고사리와 하얗고 노란빛을 띠는 손질된 조기를 깔고, 갖은양념을 넣은 빨간 국물을 넉넉하게 부어 내준다. 식탁에서 끓여가며 먹는다.


생고사리 조기찌개가 한소끔 끓는 동안 쌀밥에 밑반찬을 맛본다.


자리공, 장녹이라 불리는 어린잎을 말려 들기름, 깨, 고춧가루를 넣어 무쳐낸 장녹나물무침은 고소하고 은은한다. 나물 향의 여운이 길게 입안에 머문다.


호박을 썰어 말린 후 물에 불려 간장으로 간을 하고 기름에 볶은 호박고지는 살강살강 씹히며 어금니를 놀리고 고소하고 달금한 맛으로 혀를 감친다.


오이지무침은 새곰하고 오독오독 씹는 식감이 좋다. 가지말랭이를 볶은 말린 가지나물 볶음은 소고기를 씹는 듯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가 그만이다. 갓 담은 배추김치와 깍두기는 산뜻하게 제 식감과 맛을 내고 얼갈이배추데침은 담백하고 두릅장아찌는 시금하고 짭조름하다.


식재료를 따고, 썰고, 말리고, 불리고, 무쳐낸다. 발품과 손품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토속적인 찬들이다. 허투루 만들지 않은 밑반찬들이다.


밥과 밑반찬을 먹는 동안 생고사리 조기찌개가 보글보글 끓어 올랐다. 국물과 건더기를 국자로 떠 앞 접시에 담아 맛을 본다.


조기와 생고사리, 갖은양념이 어우러져 졸여진 국물은 개운하고 매곰하다. 국물은 끓여질수록 간간하면서도 그 맛이 진하고도 깊다.


비닐과 꼬리를 자른 조기는 작지만, 살이 실하고 담백하다. 진갈색의 먹고사리와 연녹색의 청고사리는 말리지 않은 생고사리라 부드러우면서도 고사리 특유의 향미가 살아 있다.


직접 채취하고 재배한 식자재로 차려진 밥상이다. 만든이의 수고스러움이 오롯이 느껴지는 상차림이다. 다양한 식감과 풍미로 입안이 풍성해지며 마음까지 기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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