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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롱이 Oct 31. 2024

한식을 위한 변명

2024년 9월 19일 희망 도서로 신청하여 10월 14일 대출한 음식칼럼니스트 황광해(2024년 7월 작고)님의 '한식을 위한 변명'을 10월 31일 좀전에 끝을 봤다.


예전 기사와 카페에서 본 글들이지만 다시 한번 생각을 다듬게한다.


이제 책은 내 손과 눈을 떠나지만, 글은 가슴에 머무를 것이다. 가슴으로 만든 음식처럼….


아래는 책의 마지막 부분이다. 토씨 하나 빼지 않고 적는다.


많은 분이 꼭 읽어 보시길 바라본다.


한식이 걸어가야 할 길


한식은 깊다. 드라마 한두 편으로 간단하게 세계화를 기획할 얕은 음식이 아니다. 즐겨보는 일본 음식 만화에서 '음식은 생명을 다루는 일'이라는 글귀를 봤다. 인간은 슬픈 존재다. 다른 생명체를 죽여서 먹으며 내 생명을 잇는다. 모든 식재료를 귀하게 다루어야 한다. 식재료는 곧 생명체다.


풀뿌리 하나도 소중하게. 한식의 정신이다.


음식은 장맛이다. 장은 한식의 핵심 레시피다. 음식 만드는 비법은 없다. 정성을 더한 장과 내가 구할 수 있는 가장 흔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좋은 식재료, 좋은 비법의 레시피라고 유난 떨 일은 아니다. 비법? 탐욕이다. 비법은 좋은 음식이 아니라 잘 팔리는 음식을 만드는 이들의 레시피다.


음식은 세 번 만든다. 손으로 만들고, 머리로 만들고, 가슴으로 만든다. 손으로 만들면 입에 남고, 머리로 만들면 몸에 남는다. 가슴으로 만든 음식은 가슴에 남는다.


다시 한 번 적는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검박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


한식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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