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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백반 마실

수수하지만 융숭한 밥상

by 바롱이

터미널기사식당은 경남 고성여객터미널 안 연세 계신 여사장님이 혼자 영업하시는 백반집이다.


주 고객층은 인부분들과 버스 기사님이다. 여사장님은 인부분들 아침밥을 해줘야 해서 새벽 5시에 나오신다. 입소문을 내줘 단골분들이 많다고 한다. 대부분의 식재료는 직접 농사지은 제철 농산물을 사용한다.


백반을 주문한다. 둥그런 쟁반에 꾹 눌러 담은 따뜻한 쌀밥과 박국, 십여 개의 밑반찬을 내준다. 쌀밥을 한 술 떠먹고 박국을 맛본다.


잘게 다진 홍합살, 청양고추, 파, 다진 마늘, 양파와 맛이 덜한 무대신 제철인 박을 큼직하고 어슷하게 썰어 끓인 박국이다.


달금하고 시원한 박, 감칠맛의 홍합, 중간중간 칼칼한 맛을 더해주는 청양고추 등이 잘 어우러져 입안이 흐뭇하다.


눈을 돌려 둥그런 쟁반을 훑어본다. 쟁반 밑 꽃 그림이 희미해질 정도로 음식을 담은듯하다.


찐 감자, 달걀, 채소 등을 넣은 샐러드와 호박 나물, 가지나물, 얼갈이김치, 멸치볶음, 쪽파 무침, 김치, 포무침, 양념게장 등 밑반찬에 짭짤한 양념장을 얹은 고등어구이 반찬이 더해진다. 찬들은 조금씩 바뀐다고 한다.


밥과 함께 찬을 먹는다. 조미료 사용을 절제하고 식재료에 알맞게 간을 했다.


직접 농사지은 식재료에 여사장님의 손맛과 넉넉한 인심이 더해진 밥상이다. 그만큼 맛은 더 깊고 융숭해진다.


식당이 버스터미널과 계약이 돼 있어 터미널 내 자판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그냥 한 잔 타 줄 테니 먹고 가라고 하신다. 여사장님 인심이 담긴 커피로 식사를 마무리한다.


나그네의 배는 포만감으로 마음은 온정으로 가득 찬다. 여행지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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