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이 시장에서 사 온 올갱이(다슬기의 충청도 지역 말)를 삶아 이쑤시개로 속살을 파내 모아둔다.
올갱이를 끓인 옥빛 물에 희뿌연 쌀뜨물과 검붉은 집 된장을 푼다.
올갱이국의 본바탕이 되는 국물이 준비되었다.
본바탕 육수에 까놓은 옥빛 올갱이 속살과 푸릇푸릇한 시금치, 붉은 고춧가루를 넣어 끓인다. 올갱이국이 완성된다. 한송이 장미처럼 아름답다.
소이위현(素以爲絢) 회사후소(繪事後素).
‘소이위현(素以爲絢)’은 “본바탕(素)으로 아름다움(絢)을 삼는다” 는 뜻으로, 아름다움이나 완성(絢)은 먼저 바탕(素)이 갖추어진 뒤에야 가능함을 비유적으로 나타낸다.
'회사후소(繪事後素)'는 ‘그림을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이 있은 뒤에 한다’는 뜻으로, 기본·본질이 먼저임을 강조하는 공자의 말이다
모든 일의 성공과 아름다움은 먼저 내면의 바탕이 잘 다져진 뒤에야 외적 꾸밈이 의미가 있음을 강조하는 교훈적 문구이다.
올갱이국을 먹는다. 올갱이에서 우러난 민물의 쌉쓰래한 쓴맛, 쌀뜨물의 은은한 단맛, 집된장의 숙성 발효한 구수한 감칠맛, 농사지은 고춧가루의 매운맛, 텃밭에서 납작 엎드려 겨울과 맞짱 떠 얻은 시금치의 깊은 단맛이 우러나고 스며들며 어우러진다. 어머니의 손맛까지 더해지면 맛은 곱절이 된다.
기본이 된 뒤에야 꾸밈은 완성된다. 바탕이 갖추어지기까진 시간과 정성이 받쳐줘야 한다.
밥을 말아 마지막 국물까지 먹은 후 혀로 입술을 훔친다. 사라진 바탕의 맛이 그윽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