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을 찾을 건더기가 있는 밥집

강릉 오복맛집

by 바롱이

오복맛집은 강릉 가면 늘 들리던 밥집인 "동원" 대신 헛헛함을 달래줄 밥집으로 눈여겨 보던 곳이다. 세번째 방문이다. 오복맛집은 강릉역 육거리 강릉연세요양병원 뒷골목 안에 있다.


30여 년 업력의 음식 솜씨와 넉넉한 인심을 지닌 여사장님이 홀로 운영하신다. 주문 후 불려둔 콩을 갈아 육수와 함께 끓이는 콩비지 찌개가 대표 음식이다.


콩비지 찌개가 좋다는 소문을 듣고 맛나게 먹은 기억에 다시 찾았다. 여사장님이 해조류인 "고르매" 드린 걸 얘기하니 얼굴을 기억하신다. 양양분이셔 고르매 귀한 걸 아신다. 구워서 설탕을 뿌려 드셨다고 한다.


강릉 가면 늘 들리던 밥집인 '동원'이란 곳이 있었는데 2021년 폐업을 하였다. '동원'의 헛헛함을 달래줄 밥집을 찾았다. 강릉을 찾을 건더기가 생겼다.


강릉을 찾을 건더기가 있는 밥집


청국장 2인분을 주문한다. 국그릇에 쌀밥을 듬뿍 담고 뚝배기에 바글바글 끓여낸 청국장찌개와 아홉가지 밑반찬을 정갈하게 담아 내준다.


1인분 가격이 8,000원(현재 가격은 확인이 필요하다.)이다. 양과 가짓수만 많고 겹치는 밑반찬이 있는 남도의 백반과 견주어 모자람이 없다.


상큼하게 무친 사과 샐러드를 먼저 먹은 후 쌀밥에 도라지와 생선포를 넣은 무침, 미나리 무침, 머윗대 무침, 미역무침, 버섯볶음, 통후추를 넣은 오이 절임, 오징어포 밥식해, 배추 겉절이 등 밑반찬을 곁들여 먹는다.


남편분이 좋아하는 밑반찬이라 자주 만든다는 찹쌀을 넣은 밥식해가 인상깊게 남는다. 삭힐수록 더 맛깔나다고 한다.


지복점(至福點)을 찾으려고 온갖 식품첨가제를 사용하는 식당과는 결이 다르다. 식자재 본연의 맛은 자체의 맛이 아니라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최상의 음식이다.


여사장님은 식자재의 식감, 향, 맛을 살리기 위해 조리 방법, 간을 맞추는 양념 등을 연륜으로 터득하신 듯하다. 밑반찬 하나하나 허투루 만든 게 없다. 솜씨, 마음씨, 맵시가 고루 담긴 밥상이다.


청국장찌개로도 눈을 돌린다. 모락모락 오르는 하얀 김 속으로 쿰쿰한 뜬내가 후각을 먼저 자극한다.


검은 뚝배기 안 진한 황토색 청국장 국물과 콩, 하얀색의 두부와 양파, 푸른 호박, 흰색과 갈색이 섞인 표고버섯, 하얀색에 푸른 빛이 섞인 대파 등 식자재가 각각의 색감을 뽐낸다.


눈맛이 뇌를 자극한다. 후각, 시각이 먼저 입맛을 돋우며 '맛있을 거야' 하는 주문을 뇌에 전달한다.


바듯한 청국장을 휘저어 국물과 건더기를 함께 한술 떠먹는다. 국물은 구뜰하고 짭짤하다. 큼직한 메주 콩알이 진득하고 구수하게 씹히기도 하고 부드럽게 녹아내리기도 한다. 한국 맛 초콜릿이다.


두부는 보들보들하고 호박은 무르다. 중간중간 씹히는 졸깃한 표고버섯과 아삭한 대파가 식감의 변주를 준다. 식자재에도 장물이 배여 간이 알맞다.


먹다 남은 대접밥에 청국장을 수북이 넣고 쓱쓱 비빈다. 청국장과 밥알이 서로 뒤섞이며 찰진 밥이 부드러워진다.


한 술 크게 떠먹는다. 식재료의 다양한 식감과 맛이 한데 어우러지며 입안을 휘감친다. 청국장을 넉넉하게 넣어 비벼 먹기엔 작은 공기는 어울리지 않는다. 국그릇에 밥을 담은 이유를 알게 한다.


골고루 음식을 먹다 보니 오이 절임 속 통후추가 사람 얼굴의 눈처럼 보인다. 거의 다 먹을 무렵엔 환하게 웃는 모습(일부러 연출했다.)이다. 겉절이와 청국장 조금 남기고 싹 비워버린다.


수수하지만 정갈하고 정성이 듬뿍 담긴 강릉을 찾아올 건더기가 있는 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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