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푸르다

홍천 삼봉통나무산장

by 바롱이

밥이 푸르다. 약수로 지은 밥을 아시나요?

홍천 삼봉자연휴양림으로 향하는 길목.

식당과 민박을 함께 운영하는 집이 있다.


피서철 점심시간에 찾았다.

예약 손님이 많아 혼자 상은 어렵다 하셨지만,

멀리서 왔다며 기꺼이 밥상을 내어주신다.


아들, 딸로 보이는 젊은 가족들이

상을 나르고 손님을 맞는다.

바쁘지만 정겹다.


직접 농사지은 식재료와

채취한 나물로 밥상을 차린다.


무엇보다 삼봉 약수로 지은 밥이 별미다.


삼봉약수는

천연기념물이자

물맛이 좋아 ‘한국의 명수 100선’에 오른 약수다.


주성분은 탄산과 철분.


약수가 솟는 구멍은 세 곳.

맛이 조금씩 다르다.


맨 아래쪽 약수는

쇠 맛과 탄산 맛이 가장 강하다.


이 물로 밥을 짓는다.


보통 밥과 다르지 않다.

달라지는 건, 물이다.


철분이 섞인 약수로 밥을 지으면

흰 쌀밥이 푸르스름하게 변한다.


은은한 쇠 향이 감돈다.


푸른 기운을 머금은

고슬고슬한 밥.


밥알은 고소하고

존득하다.


약수밥의 영양학적 효능은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푸른 빛을 품은 자연의 밥 앞에서


눈과 입이 먼저 즐겁고

마음이 기껍다.


강원도 깊은 산속,

물맛이 밥빛을 바꾼 한 그릇이다.


뚝배기에 담긴 청국장.

부드러운 두부와 무, 고춧가루를 넣어

보글보글 끓여낸다.


메주콩 알갱이가 듬뿍 들어

씹는 맛이 살아 있다.


쿰쿰한 향은 덜하고

구수함이 옹골차다.


오이소박이, 나물무침, 김치, 명이나물 장아찌,

더덕무침, 통감자무침까지.


직접 기르거나 채취한 재료로 만든 밑반찬들.

찬은 철마다 조금씩 바뀐다고 한다.


강원도 자연의 맛으로 차려낸 소박한 밥상.


푸른 기운을 한 숟갈씩

천천히 떠먹는 시간이었다.


#홍천맛집

#삼봉자연휴양림

#삼봉약수

#강원도여행

#청국장맛집

#자연밥상

매거진의 이전글푸짐하고 게미진 남도의 백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