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건봉사
맛보다 마음이 먼저 채워지는 한 끼가 있었다.
강원도 고성의 깊은 산자락에 자리한 건봉사(乾鳳寺)는 신라 말 도선이 중수하며 서쪽의 봉황 모양 바위에서 이름을 얻어 ‘서봉사’라 불렸고, 1358년 나옹이 중건하며 오늘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1464년 세조가 행차해 원당으로 삼으면서 왕실의 보호를 받는 큰 사찰이 되었고, 설악산 신흥사·백담사와 양양 낙산사를 말사로 둘 만큼 대가람을 이루었다.
1878년 산불로 3,183칸이 소실되었고 한국전쟁 때는 거의 폐허가 되었지만 1989년 이후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세워졌다.
전쟁 속에서도 불타지 않은 불이문과 수령 300년이 넘는 왕소나무는 시간의 증인이 되어 고요히 서 있다.
답사를 마치고 공양간에서 식사 공양을 했다.
밥은 한식의 기본이자 백반의 중심이고 찬은 곁이다.
둥근 그릇 중앙에 따뜻한 쌀밥을 담고 그 둘레로 밑반찬을 빙 둘러 놓는다.
절밥은 “반찬이 없는 밥상”인 백반이 된다.
삼삼한 유채나물, 달래 양념장을 얹은 쌉싸래한 도토리묵, 고소한 배춧속과 오이무침, 곤드레 묵나물과 무말랭이, 들깨로 무친 표고와 느타리버섯, 두부부침과 김치, 깍두기 등 밑반찬에 국대신 간장으로만 간한 몽글몽글 부드러운 순두부를 곁들여 먹는다.
붉은 딸기 한 알로 식사를 마무리한다.
화려함은 없지만 제철 채소의 맛과 정성만으로 완성된 한 끼였다.
단순히 배만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마음을 고르게 하는 절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