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보리밥집을 다시 찾다

공주 할매보리밥집

by 바롱이

공주고등학교 후문, 슈퍼 골목 안쪽.

노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보리밥집이 있다.


대문 뒤편에는 ‘할매보리’라 적힌

낡은 옛 간판이 남아 있다.


지금은 쓰이지 않지만,

이 집의 시간을 말없이 보여준다.


두 번째 방문이다.

오랜만이라 잠시 헤매다 찾았다.


보리밥집은 예전엔 하숙도 하셨다.

그때부터 할머님은 음식을 만드시고

할아버님은 텃밭 농사를 지으신다.

밑반찬 대부분이 그 텃밭에서 나온다.


오늘은 할아버지가 안 보였다.

할머니께 여쭈니 텃밭에 가셨다고 한다.


알음알음 찾아오는 단골이 많은 집.


나그네 혼자인데도

싫은 내색 없이 한 상을 차려주신다.


먼저 뜨거운 숭늉을 내어주신다.

구수하게 속을 달랜다.


큰 대접에 밥을 수북이 담아 주셔서

조금만 덜어 달라 부탁드렸다.

밥 인심이 넉넉하다.


고추지, 오이장아찌, 무장아찌, 매실장아찌, 마늘종장아찌콩나물무침, 얼갈이배추무침, 상추·치커리무침, 무생채, 취나물절임부추 넣은 오이소박이.


고슬한 쌀밥과 까슬한 보리밥이 섞인 밥.

콩나물과 호박잎 넣은 된장국.

구수한 숭늉과 차진 고추장, 참기름.


특별한 음식은 아니다.

하지만 집밥에 가장 가까운 맛,

노부부의 수고와 정이 담겨 있다.


전체적으로 간이 세지 않다.

소박하지만 허투르지 않은 밑반찬들이다.


보리밥에 무생채와 나물을 얹고

참기름을 살짝 두른다.

고추장과 된장국 국물을

조금 넣어 비빈다.


비빔밥을 한술 크게 뜬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다.

까슬한 보리밥과 밑반찬들의

식감이 오래 남는다.


맛보다 사람의 기억이 남는 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마음을 고르게 하는 절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