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조계산 보리밥 원조집
순천 조계산 천년불심길에는
아랫집, 윗집 두 곳의 보리밥집이 있다.
몇 차례 산행 때마다
윗집은 문이 닫혀 있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들르게 되었다.
대표 음식은 보리밥이다.
보리쌀이 섞인 밥에
쌈 채소, 시래깃국,
고추장과 채소가 담긴 비빔 그릇,
그리고 여러 가지 밑반찬이 함께 나온다.
도토리묵과 야채전도 판매한다.
예전에는 남사장님이 직접 만든
수제 동동주도 있었지만,
지금은 양조장에 맞춤 주문해 가져온다고 한다.
그래도 시중 술보다
한결 좋은 맛이다.
먼저 동동주부터
한 잔 들이킨다.
시원하고 깔끔하다.
갈증이 확 풀린다.
목이 시원해지니
그제야 밥이 눈에 들어온다.
꽃 그림이 그려진 쟁반에
보리와 잡곡, 쌀을 넣어
압력밥솥에 지은
따뜻하고 고슬한 밥,
시래깃국과 밑반찬을
빙 둘러 담아 내준다.
시래깃국은 된장에 썬 고추를 넣고
작년 가을 텃밭에서 키운
무청 시래기와 배추 우거지를
듬뿍 넣어 끓였다.
한 숟갈 뜬다.
국물이 구수하고 시원하다.
굵은 무청 시래기는 졸깃하고
배추 우거지는 부드럽다.
씹는 재미도 있다.
배추겉절이, 오이무침,
칼칼한 청양고추, 갈치속젓,
배춧잎과 상추,
사각사각 씹히는 매실장아찌,
단단하고 시큼한 무김치,
삼삼한 무나물,
짭짤한 천궁 장아찌까지.
밑반찬이 소박하지만
하나도 허투루 만든 것이 없다.
잡곡밥을 배춧잎과 상추에 올리고
갈치속젓과 청양고추를 더해
쌈을 싸 먹는다.
이 맛이 참 좋다.
밥맛이 그야말로 꿀맛이다.
콩나물무침, 부추, 유채나물, 무생채와
고추장, 참기름을 담은
비빔용 대접도 따로 내준다.
여기에 잡곡밥을 넣고
무나물과 천궁 장아찌,
시래깃국 건더기와 국물까지 더해
슥슥 비빈다.
담백하고 수수하다.
식재료 하나하나의
식감과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식사의 끝은 숭늉이다.
압력밥솥에 담긴 숭늉을
양은 냄비에 조금 퍼 온다.
구수한 물과 부드러운 밥알이
술술 넘어간다.
여기에 매실장아찌 하나 올려 먹는다.
아삭하게 씹히는 새콤한 매실이
입안을 말끔하게 정리해 준다.
땀 흘린 산행객의
허기와 갈증을 풀어주는
수수하지만 든든한
한 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