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가시비
나그네가
광주광역시를 여행하다 보면
술 고프고 배고플 때
늘 찾는 곳이 하나 있다.
골목에 자리한 작은 술집,
가시비다.
아들이 운영하는 카센터 주차장 옆에서
영업을 한다.
앞쪽으로는
해태아파트가 보인다.
식당 이름 ‘가시비’는
“술 잘 마시고 가다가
괜히 시비 걸어 싸우지 말라”는
뜻에서 붙였다고 한다.
고우신 할머니와
따님이 함께 운영하는
정겨운 대폿집이다.
주인 할머니의 정성과 솜씨가 담긴
밑반찬들과
제철 식자재로 만든 음식을
푸짐하게 맛볼 수 있다.
이전하면서
공간이 넓어지고
가게도 한결 깨끗해졌다.
식당과 대폿집
그 중간쯤 되는
편안한 분위기다.
돼지 머릿고기에
광주 막걸리 '무등산'을 시킨다.
원래는
작은 접시에 밑반찬을
하나하나 담아 내주시는데,
오늘은
큰 접시에 조금씩만
담아 달라고 부탁드렸다.
둥근 양은 쟁반 위에
밑반찬이 가득 차 오른다.
김치, 파김치, 무생채, 양파김치
나물무침, 들깨에 버무린 호박곶이,
호박나물, 고구마순 김치
열무김치까지.
참기름, 다진 마늘, 쌈장
마늘과 청양고추
초고추장, 새우젓도
빠지지 않는다.
그 위에
배추를 깔고 담아낸
돼지 머릿고기 한 접시가
더해진다.
살코기, 비계, 귀, 코까지
여러 부위가 어우러져
다양한 식감을 낸다.
잡내 없이
담백하고 부드럽다.
식재료 각각의 식감과 맛을 잘 살렸고
간도 알맞다.
전라도 말로
‘게미지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음식들이다.
막걸리와 함께 먹으면
푸짐한 안주가 되고,
따뜻한 밥과 먹으면
나무랄 곳 없는 밑반찬이 된다.
그래서 이곳의 상차림은
밥상이자 술상이다.
나그네는 배를 토닥이며
골목길을 조심히 걷는다.
잘 먹고 가다가
괜히 시비 걸어 싸우지 않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