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을 심었다기보다 그냥 먹었던 파파야가 너무 달고 맛나서 그 씨앗을 앞뜰에 뿌렸고, 거기서 난 싹 중 두 개 정도를 남긴 거다.
나무가 커가는 모습은 마치 고양이나 강아지가 자라는 것과 같다.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어른 나무로 우뚝 성장해 버린다.커다랗게 자란 나무에서 하얗고 이쁜 꽃들이 여기저기 피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많은 열매로 변신한다.
원래 식물 키우는 재주가 없는 편이라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저절로 저렇게 귀한 생명체로 성장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 집 앞을 지나는 사람들 모두 엄청나게 달린 파파야를 부러워하더니 지금은 단지 내 파파야가 유행처럼 여기저기 많이 심어져 있다.
그런데 우리 집 파파야는 보통의 파파야 나무와 달리 곁가지도 많이 생기고 열매도 끊임없이 달린다. 지금은 또 나무의 중간 부분에서도 다시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기 시작한다.
고된 회사생활로 힘들어하던 남편에게 파파야를 보며 응원을 해준다.
"이렇게 두 그루가 끊임없이 사방으로 펼쳐 나가며 열매를 맺는 거 보니 자기는 앞으로 참 잘될 모양이야~"
이런 싱거운 소리도 듣기 좋은지 들을 때마다 빙그레 미소를 띤다.
그나저나 너무 높이 달린 파파야는 따기가 참 힘들다. 사다리를 빌려다 따면 되긴 하는데 늘 한 두 개씩 익어가니 매번 그러기도 번거로워 하루 이틀 따기를 미룬다. 그런데 지나가는 새가 익은 파파야를 어떻게 아는지날아와 뾰족한 부리로 홈을 파서 발갛게 익은 열매를 먹어버린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파파야를 탐내는 이는 새뿐만이 아니다. 개미, 벌 그 외 조그만 곤충들도 틈새 공략으로 파파야의 과육을 탐낸다.
처음엔 내 열매를 훔쳐먹는 새, 말벌, 온갖 종류의 개미들 그 외 곤충들이 너무 얄미웠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어차피 그 아이들 덕분에 수분이 되었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은 게 아닌가.
그래, 우리 사이좋게 나눠먹자. 성경에도 나오듯 곡식을 걷을 때 너무 꼼꼼하게 모두 걷지 말고 이삭을 이방인과 어려운 이들이 먹을 수 있도록 남기라고 하지 않았던가.
너희들도 먹고 나도 먹고. 열매 안에 있던 작은 씨앗으로 이렇게 열매가 풍성하게 맺으니 그저 감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