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진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당연하게 느끼던걸 당연하지 않음을 깨달아가기
요즘 한국으로 인력을 보내기 위한 첫 단계인 한국어 능력시험 감독을 하고 있다.
만 19세 정도부터 30세 남짓까지 지원자 연령층도 다양하다. 물론 대부분은 스무 살 언저리..
한글 능력 시험이 끝나면 곧바로 색각테스트로 이어지는데 뭐 이런 건 공부 안 해도 되니까 다 쉽게 맞힐 거라 여기고 있었다.
시험이 종료됨과 동시에 각자의 시험결과가 보내지고 본부에서 곧바로 체크할 수 있다.
100점 만점에 97.5점.. 흠.. 한 문제 정도 틀렸나 보다. 장문독해는 난이도가 있는데도 공부를 꽤나 했나 보다. 곧이어 색각결과가 나온다. 실격.. 모두 오답..
이렇게 선명하게 눈에 띄는 숫자가 인식되지 않는다고?? 자신의 결과를 알아차렸는지 책상에 두 팔을 올리고 그 위로 고개를 파묻는다.. 스무 살 청년의 좌절한 모습에 가슴이 아려온다.
2교시 시작. 또 다른 수험자들이 입실한다. 모든 시험을 마치고 결과가 나온다. 100점 만점에 90점. 잘 쳤다. 다음 색각.. 결과는 모두 틀림..
아.. 내가 이렇게 색을 구별해서 볼 수 있음이 당연한 일이 아님을 비로소 깨닫는다. 앞을 볼 수 있고 두 다리로 스스로 걸어 다닐 수 있고, 보통의 사람들처럼 마음껏 먹고 마실 수 있다. 이 정도는 인식도 못하고 누려왔던 일이다.
색깔을 구별하는 게 뭐 대수라고.. 하지만 그것 때문에 충분한 점수를 받았지만 1차 시험에서 탈락하고 낙담한 이들이 매 교시마다 한 둘은 나온다.
고득점을 받고도 낙방한 그들의 절망스러운 눈빛이 계속 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