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여행이 되길 기도한다.
내내 우리를 안심시켜 주며 추이를 지켜보던 케세이퍼시픽 항공사직원의 안내로 무사히 비행기에 몸을 싣고 밴쿠버를 가기 위한 경유지 홍콩을 향한 첫 비행이 시작되었다.
이민국에서 에너지를 너무 쏟은 탓인지 곧바로 잠이 들었으나 기내식이 나와 깨고 식사를 했는데 볶음밥이 너무 맛이 없다.
레드와인으로 목을 좀 축여봤지만 그 또한 너무 맛이 없고 심지어 구토가 나올 지경이다. 그냥 더 이상 몸 안에 어떤 음식물도 더 넣지 않는 게 낫겠다 싶다. 그대로 잠을 청한다.
홍콩공항은 역시 사람들로 가득하다. 연결 편이라 특별히 할 건 없었지만 게이트가 너무 많고 넓어서 서둘러 공항 내 무료 전철을 타고 우리가 탈 비행기가 대기하는 곳을 찾아 발걸음을 옮긴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이제 진짜 밴쿠버를 가나보다.
앞으로 열세 시간을 더 타야 한다. 이렇게 오랜 시간 비행하는 것은 처음이라 걱정도 좀 되었지만 다른 선택은 없으니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보통 기내 화장실 사용은 웬만하면 피하는 편이지만 이번엔 어쩔 수 없이 두어 번 다녀왔다. 그 긴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잠으로 채운다.
두 번의 기내식이 있었지만 처음 것은 인도네시아출발 홍콩행 기내식에 대한 기억 때문에 먹지 않고 그냥 잤는데 10시간이 훌쩍 넘는 비행이라 두 번째 기내식은 배가 고픈 탓인지 아주 맛있게 먹었다.
긴 비행 끝에 드디어 밴쿠버에 도착했다. 내 생일 새벽에 출발했는데 30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생일이다. 아직 두 시간 남은..
워킹홀리데이 중인 큰 아이가 마중 나와서 아이가 지내는 숙소로 편하게 이동한다.
렌트한 차는 약속된 곳에 주차하고 숙소로 캐리어를 끌면서 걷는데 춥지도 않고 주택단지라 그런지 고요하고 좋다.
밤 11시가 다 되었는데도 걷는 게 그다지 부담스럽지도 않고 평온하니 참 좋다. 한밤중이라 그런지 걷는 사람은 우리뿐이다. 물론 자동차는 다닌다.
인도네시아는 보행자를 위한 길이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불편한 점이 많은데 '걷기 좋아하는 내게는 참 괜찮네'가 캐나다의 내 첫인상이다.
숙소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넘어 대충 씻고 잠을 청한다. 시차가 있어 잠이 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피곤해서 그런지 또 곧바로 곯아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