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게 될거란 확신

by 윤슬

그거 알아?

매번 바깥에서만 빙빙 맴돌았던 나의 모습을.

안으로 들어가기 무서워 문 앞을 서성이기만 했던 그때를.

그렇게 매번 문앞에서 돌아서고 돌아서고 하다보면

안에 들어가는 일이 뭔지도 잊어버리게 돼.

내가 들어가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다는 것도 모르게 되어버려.

그런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간다는 건 어떤 일인지 아니?

지금처럼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일만으로 충분해

이미 새로운 세계가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는거야.




소소한 이야기였다. 내가 바라던. 나의 일상 깊숙한 곳의 이야기여서 누군가의 일상까지 바라보게 하는 그런 이야기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쉬운데 왜 글로 쓰는 일은 이리 쉽지가 않은지 모르겠다. 나는 오늘 한 챕터의 마지막을 결정했다. 그러고나니 모든 감정이 크게 느껴진다. 이제 나는 얼마간 곁에 함께하며 고민했던 이야기를 마무리 해보려 한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단순했다. 언젠가 SNS에서 다른 사람들은 하지 않지만 나만은 오래 지속하고 있는 일을 살펴보라는 말을 보았다. 나에게 무슨 일을 가장 오래 지속해왔니? 묻는다면 그 답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필사였다. 누군가 필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같은 것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서 내가 하고 있는 것의 이름을 무어라 불러야 할 지 몰랐을 때부터 나는 필사를 해왔다. 그렇게 오랫동안 혼자서 해왔던 일이 무엇인가하는 물음에 답하면서 나는 무엇이든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 이 한 주제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시작한지 벌써 세 달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필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시작한 글인데 돌아보니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전부 ‘나’였다. 필사로 시작한 글들의 끝은 어김없이 나였고. 나로 시작한 많은 글들의 결론은 필사로 이어졌다. 필사를 통해 나를 돌아보는 것을 넘어서 어느새 필사는 나를 구성하는 일부분이 되어있었다. 15편 가량의 글을 통해 깨닫게 된 것이다. 필사를 하는 일은 다른 사람을 이해해가며 나와 세상을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것은. 오랜 경험을 통해 이미 가지고 있던 생각이다. 그러나 필사가 그 자체로 나의 삶을 이야기하게 되는 일이 될 줄은 몰랐다. 필사와 나와의 관계는 지나온 시간만큼이나 두터워졌단걸 새삼스레 깨닫는 시간들이었다.


오래 해온 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다. 처음 글을 시작할 때부터 이미 5-6개의 주제들을 떠올렸고 쓰는 와중에도 새로운 주제들이 떠올라 메모장 한 곳에 주제들을 적어두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같은 주제로 10편 정도의 글을 쓰고 나니 더는 이야기할 소재가 떨어진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이만 마무리 짓는게 어떤가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다가도 자꾸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더 생겼다. 지금까지도 이 이야기의 완전한 끝은 여기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처음처럼 많은 아이디어들이 불연듯, 한순간, 몰아치듯 떠오르는 날은 더는 올 것 같지 않으면서도. 아직은 할 이야기가 많다는 것을 안다. 이는 다만 아쉬움 탓이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매일의 일상은 또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 낼 것이고. 내 안에는 또 많은 내가 있을 테니까. 그래서 느리더라도 이 이야기를 계속 해볼까 싶은 유혹이 들기도 하지만은. 이번에는 여기까지.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아주 어릴적 부터 내게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이냐 물으면. 그것은 바로 이별이었다. 그래서 이리 작은 이별까지 망설인다. 그래서 정말 끝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이번에도 역시. 내가 하는 작별의 말은 언젠간 다시보자. 우린 꼭 다시 만나게 될거야.

또 다른 목표를 위해 이번 만남은 이렇게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꼭 다시 만나게 될 거란 걸 안다. 이번에는 어느때보다도 분명한 확신이 든다.





나의 아주 사적인 필사기.

여기까지.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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