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도 아니고 훈민정음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소설을 쓰려고 모니터 앞에서 고민하던 기억이 난다. 등장인물들을 설정하고 도입부를 썼는데 대략 달동네에 살지만 밝은 컨셉이었다. 지인의 사기로 더 안좋은 집으로 이사갔는데, 그 이야기는 내 이야기였던 것인가?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하지 않았지만 예뻐서 좋아했던 원장님이랑 친구들을 뒤로 하고 떠났다. 분명 같은 이름의 동네였지만 밤이 되면 무서워 발걸음을 빨리했던 곳. 무튼 이런 이야기를 왜 처음에 하냐고? 내가 처음으로 글을 "창작"하던 순간이, 상상의 날개를 펼치던 순간이,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서.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해본 적이 있는가? 평소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나는 나 아닌가?라며.
세심, 배려가 많은 성격이라는 게 뒤집어보면 눈치를 많이 보는 것처럼 난 내가 누군지,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이제야 묻기 시작했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가 크다는 걸 인지하지도, 인정하지도 못한채 욕심만 많고 행동은 느리게 살았나? 내 삶의 목적과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도 이제 고민하기 한 부분이다. (thanks to 시대예보:호명사회 송길영 작가님)
그래서, 난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싶다는 나의 욕망을 발견하고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계속 고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