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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PLERS Feb 12. 2017

33HAUS 즉석떡볶이

떡볶이는 어렵다.

33HAUS 즉석떡볶이 육수 끓이고 난 잔해들

윤경양식당이나 GONY’S도 그렇지만 33HAUS 역시 자리를 먼저 구하고 아이템을 설정했다. 뒷길 2층 38평이라는 조건을 두고 우리 부부는 큰 고민 없이 즉석떡볶이를 떠올렸다. 남녀노소 좋아하고 맛만 괜찮으면 2층이라도 충분히 찾아올 것이라는 생각, 직접 끓여먹는 메뉴의 특성상 오퍼레이션이 쉽고, 인력 구성도 쉬울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떡볶이라는 메뉴가 워낙 만만한 메뉴라 쉽게 맛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오만’도 있었다.


매장을 준비하면서 메뉴 개발을 시작했는데 시작부터 뭔가 이상하다. 계속 시도해도 집에서 해 먹는 맛을 벗어나지 못한다. 여러 레시피를 참고하고 조언도 듣고 나름대로 이렇게 저렇게 시도를 해봐도 맛이 안 난다. 왜일까? 떡이나 채소, 어묵, 사리들은 끓여도 재료에서 별 맛이 우러나지 않는다. 떡볶이의 맛은 오로지 육수와 양념으로 완성된다. 육수와 양념. 기본 중에 기본.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다 기본을 적당히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기본을 제대로 잘 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떡볶이가 어렵다.


백투 베이식. 처음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첫째는 육수를 내는 재료에 집중하는 것이다. 적당히 기본을 갖춘 육수가 아니라 감칠맛과 개성이 확실한 삼삼하우스 떡볶이의 근간이 되는 베이스를 만들어야 했다. 중부시장으로 가서 상인들에게 귀찮을 정도로 질문을 하고 10년을 장사한 사람처럼 까다롭게 굴며 감칠맛 내는 선수들을 선발했다. 둘째는 양념장이다. 고추장을 넣지 않고 고운 고춧가루와 갖은 양념으로 만들어 내는 양념장. 사실 파는 떡볶이의 양념의 비밀은 상상을 초월하는 설탕, 물엿의 양이다. 정말 다양한 비율로 토할 때까지 떡볶이를 먹어보고 나서야 팔아도 되겠다 싶은 수준의 양념장이 만들어졌다.

육수를 팔팔 끓여봅시다.

솔직히 시판 떡볶이 소스를 쓰면 육수도 필요 없다. 맹물에 소스 넣고 재료 넣으면 여러분이 먹던 그 익숙한 떡볶이 맛이 난다. 떡볶이 프랜차이즈들은 액상도 아닌 가루형태의 소스로 떡볶이를 만들어 낸다. 당연히 맹물에. 33HAUS 오픈을 준비하며 유명하다고 하는 즉석 떡볶이 집을 여럿 찾아다니고 포장도 했는데 육수를 주지 않고 맹물로 조리하라고 하는 집도 있었다. 

완성된 육수에 소금 약간, 파 넣고 한 잔 하며 하루를 시작힙니다.

33TABLE은 그렇게 장사하지 않는다. 음식의 중요한 맛을 내는 요소를 시판 제품으로 손쉽게 만들지 않는다. 적어도 음식의 '기본'은 충실히 지키려고 노력한다. 떡볶이는 육수와 양념이 거의 모든 맛을 책임지기 때문에 오늘도 중부시장으로 달려가 좋은 디포리와 황태 대가리를 사려고 노력하고 좋은 고춧가루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아직 33HAUS의 즉석떡볶이가 전국 최고의 즉떡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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