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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픽로그 K Jan 07. 2022

호기심은 왜 독이 되었나? 금기와 욕망의 상관관계 1화

구독자들 만약 누군가 어느 날 “이거 진짜 세상 그 누구도 모르는 찐 극극극극 비밀이라서 알면 평생 편하게 살 수 없을 정도래. 들어볼래?”하면 어떨 것 같아? 들어보겠니 아님 거절하겠니? 보통 비밀은 금기와 함께 움직여. 비밀을 알기 위해서는 들어가면 안 되는 곳에 가야 하고, 위험을 무릅써야 하지. 비밀을 알고 싶은 욕망과 금기 사이를 연결하는 건 호기심이야. 오늘부터 4주에 걸쳐 금기와 욕망을 다룬 이야기를 살펴보려 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은데, 오늘은 위드 코로나 시대에 발맞춰 해외 이야기를 함께 살펴볼 거야. 이번 주는 떠날 나라는 에스토니아야. 러시아와 국경이 맞닿은, 바다 건너 스웨덴과 핀란드를 가까이 둔 나라. 에스토니아의 옛이야기 <달빛 아래 목욕하는 여성들> 지금 시작합니다 ⛵


갑자기 분위기 걸어서 세계 속으로� 에스토니아 가고 싶다. 사장님 현지 조사 차원으로 에스토니아로 출장 어떨까요? 사진출저 : unsplash


옛이야기에는 그 나라의 특징이 담겨 있다 

구독자들 만약 한국 옛이야기에서 누군가 소원을 들어준다면 누가 나타날 것 같아? K는 산신령이나 아님 호랑이가 떠올라. 그건 예로부터 우리나라에 산이 많았기 때문일 거야. 산이 많으니까 산에 사는 마법사 산신령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 쉬웠을 거고, 산에 사는 무서운 포식자 호랑이가 신비한 동물로 여겨졌겠지. 옛이야기 속 화소는 이렇게 그 이야기가 만들어진 나라의 자연환경, 특징을 반영해. 오늘 살펴볼 이야기가 에스토니아 이야기잖아. 그래서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화소가 많아. 세상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핀란드 마법사(핀란드가 충격이었음, K가 아는 핀란드는 자일리톨밖에 없는디), 사우나에서 목욕하는 여성(옛이야기에 사우나라니 깜놀, 갑자기 90년대 드라마 느낌)이 등장하거든. 우리식으로 풀어내면 중국에 유명한 도인이나 연못에서 목욕하는 선녀쯤이 되겠지? 시작부터 재미지다 재미져!


 <달빛 아래 목욕하는 여성들>

이 세상 모든 것을 궁금해하는 청년이 있었다. 세상 모든 언어와 지식을 다 배운 후에 청년은 누구도 알 수 없는 비밀이 하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느 날 청년은 비밀을 알고 있는 핀란드 마법사를 만났다. 마법사는 비밀을 알게 되면 평생 편하게 살 수 없다고 했다. 청년은 그래도 괜찮으니 비밀을 알려달라 했다. 마법사는 7년마다 뱀들의 왕이 여는 파티가 있는데 거기에서 음식을 먹으면 세상의 비밀을 알 수 있다 했다. 청년은 숲에서 기다리는데 밤이 되자 뱀들이 모여들었다. 음식은 왕관을 쓴 크고 뚱뚱한 뱀의 왕 옆에 있었다. 청년은 너무 무서워서 포기할까 고민했지만 용기내서 접시로 다가갔다. 뱀들이 청년을 물기 시작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음식을 먹은 뒤 온 힘을 다해 도망갔다. 다음 날 청년은 비밀을 알기 위해 숲으로 향했다. 밤이 되자 금으로 된 사우나가 나타났고 알몸의 여성들이 사우나에서 목욕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홀린 청년은 아침이 되어 여성들이 사라진 후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청년은 그날 이후 매일 숲을 찾았지만 전에 봤던 광경을 다시 볼 수 없었다. 청년은 여성들만 기다리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


호기심은 왜 독이 되었나, 화소를 따라 차근차근 살펴보기 

이야기가 참 재밌지? 특히 화소가 통통 살아 숨 쉬는 이야기야. K는 이걸 처음 보고 에스토니아라는 나라가 궁금해질 정도였어. 흥미로운 화소가 정말 많은데 몇 개만 꼽자면 일단 <세상 모든 것을 궁금해하는 청년, 알면 평생 편히 살 수 없는 비밀, 뱀들의 왕이 여는 파티, 금으로 된 사우나에서 목욕하는 여성> 정도가 있어. 세상 모든 것을 궁금해하던 청년은 왜 죽고 말았을까? 호기심이 왜 독이 되었는지, 화소를 따라서 이야기를 차근차근 살펴보자.

아 그래서 청년 왜 죽었는지? 빠른 설명 간다 고고!


     화소 살피기 하나 : 세상 모든 것을 궁금해하는 청년 

설화의 시작과 끝에서 주인공 청년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보자. 일단 처음에 청년은 불만이 있었어. 세상 모든 것을 알고 싶은데 알 수 없는 비밀이 있었거든. 그래서 그 비밀을 찾아 헤맸는데 이게 웬걸, 끝에 청년이 죽고 말았네? 이야기의 흐름은 화소의 성격을 분명하게 만들어줘‘세상 모든 것을 궁금해하는 청년’이라는 화소만 놓고 보면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해 진리를 탐구하다 깨달음을 얻어 현자가 될 수도 있고, 악마와 거래를 할 수도 있어. 긍정/부정 모든 방향으로 해석 가능해. 그런데 청년이 죽었다는 결말을 고려하면 화소의 부정적인 성격이 분명해져. 세상 모든 언어와 지식을 배우고도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은 욕심이었던 거지. 호기심이 독이 되었던 이유가 여기 있어. 청년의 욕심은 적당한 수준을 벗어났던 거야.


     화소 살피기 둘 : 뱀들의 왕이 여는 파티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일이 잘못된 걸까? 청년은 그저 세상의 모든 비밀을 알고 싶었을 뿐인데 말야. 답은 청년이 갔던 뱀들의 왕이 여는 파티에서 찾을 수 있어. 깊은 밤 숲속에서 열리는 이 파티에서 청년은 중요한 행동을 해. 무서워도 음식을 먹겠다는 용기보다 더욱 중요한 행동, 바로 뱀과 하나가 되는 모습이야.


몇 시간 동안 기다려보니 자정이 될 때 갑자기 덤불들이 막 바스락거리기 시작했고 그 덤불 뒤에서 뱀들이 쉭쉭거리면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 이 청년이 그 경치를 보고 사실 너무 무서웠습니다. 뱀이 너무 많고 쉭쉭거리는 소리도 너무 크고 그래서 가까이 갈까 말까라는 고민도 했는데, ‘그래도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에 가까이 갔습니다. 근데 뱀들이 그 청년을 물기 시작했고 쉭쉭거리는 소리가 더 커지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음식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청년은 처음 수많은 뱀들이 한데 엉켜 쉭쉭거리는 모습을 보고 공포를 느껴. 가까이 갈까 말까 고민을 하지. 이때까지는 뱀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 그러다가 비밀을 알고 싶다는 그 욕심이 점점 커지면서 뱀에게 물리고 뒤엉키면서 하나가 돼. 청년은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몰라. ‘나는 이런 뚱뚱하고 무서운 뱀과 달라. 이건 내가 원하는 비밀을 얻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행동이야. 저 음식만 먹으면 난 집에 갈 거고 여기 다신 안 올 거야. 이번 한 번뿐이야. 딱 한 번.’ 이런 걸 자기합리화라고 하지. 세상에 딱 한 번은 없어.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고 나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거야.   


화소 살피기 셋 : 금으로 된 사우나에서 목욕하는 알몸의 여성 

이렇게 선을 넘고 난 청년의 눈앞에 세상의 비밀이 나타나. 그건 바로 목욕하는 알몸의 여성이었어. 그런데 이 비밀 조금 황당하지 않아? 마법사들도 알지 못하는 세상 비밀이 고작 이런 거라니! 이 부분을 K는 이렇게 생각해. 아마 청년의 눈앞에 나타난 비밀은 금빛 사우나에 알몸의 여성이겠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달랐을 거라고. 누군가에게는 돈이 끝도 없이 나오는 주머니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나를 세상 누구보다 아름답게 보여주는 거울일 수도 있을 거야. 비밀을 본 사람이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가장 큰 욕망이 무엇인가에 따라 모습이 바뀌는 거지. 뱀에 물리면서 먹은 음식이 마음속 욕망을 터뜨리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나 할까? 청년의 욕망이 금에 여성이 더해진 모습인 게 재밌어. K는 최근 유행한 <오징어 게임> 속 배팅하는 외국인들이 떠올랐거든. 모든 지식, 언어 배우면서 겉으로는 세상 고고하게 굴더니 사실 그 속이 시커멓다니 참 우스워.



Hey 청년, 니가 원한 게 이거니? 그렇게 안 봤는데 청년 무서운 사람이네,, 출처 : 넷플릭스 유튜브 채널



처음 청년이 호기심을 가지고 지식과 언어를 배울 때 악의는 없었을 거야. 모든 게 즐거웠고 그 황홀함을 계속 느끼고 싶었겠지. 비극은 정도를 넘어 균형을 잃은 순간 시작돼. 어떤 대가를 치러도 좋다고 생각한 순간, 욕망이 내 이성을 잡아먹게 되지. 청년이 헛된 환상에 빠지지 않고 욕심을 버릴 수 있던 마지막 순간은 뱀이 무서웠을 때였어. 그러나 욕심 때문에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어.

금기와 욕망은 성경에도 등장한 유구한 역사를 지닌 화소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은 이래로 계속해서 모습을 바꿔가며 여러 콘텐츠에 등장하지. 영화, 드라마 단골 소재이고 이를 주제로 하는 설화도 많아. 다음 주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한국의 금기 욕망 이야기를 살펴보자. 다음 레터도 기대해줘!



원문 출처 : 다문화시대 이주민 구술설화 DB , 마레트루드(에스토니아, 여) 구연,  <달빛 아래 목욕하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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