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父性愛(부성애)의 끝판왕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일.

by HAN

세상을 살면서 아주 드물지만 '이건 진짜다!'라고 분명히 생각되는 순간이 있다.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큰 울림과 감동.

그것은 바로 지극정성 대빵이의 부성애였다!





암컷과 대빵이의 눈이 맞던 날.

암컷 안시는 그전에 성어이자 배가 유난히 빵빵한 물고기로 꽤 성장해 있었다.

며칠 전부터 둘은 서로에게 유난히 관심을 보이며 한껏 친하게 붙어있다 밀어내다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더니 어느새 대빵이는 생전 하지 않던 자신의 산란항을 온 힘을 다해 청소하기 시작했다. 꼬리를 이용해 지저분한 분비물들을 밖으로 밀어내는 모습을 보였던 것. 그리곤 암컷이 수컷 대빵이가 들어있는 산란항 주변을 지속적으로 배회하며 기회를 엿봐 들어가고자 애쓰는 것이 아닌가.

끈질긴 관찰 속에 드디어 대빵이가 들어있는 산란항으로 쏙 들어간 암컷은 몇 초? 몇 분 후 짧지만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배가 홀쭉해진 모습으로 밖으로 쏜살같이 나왔다. 그 후 대빵이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산란항 속에 남아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답답한 마음에 핸드폰 라이터를 켜고 산란항 안쪽을 비춰봤더니 세상에.. 산란항 가장안쪽에 황금색 알뭉텅이가 큼지막하게 붙어있는 것이 아닌가.

대빵이는 바로 그것을 지키고 나오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놀랄 대빵이에게 미안했지만, 나의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핸드폰 라이트를 켜고 산란항 안쪽을 순식간에 비취찰나의 한 장면이라 안타깝게도 이 사진은 현재 남아있지 않다.)




그 후 먹이 앞에선 누구보다 먼저 달려 나오던 우리 대빵이가 변했다. 일주일가량을 굶고도 한 번도 완전히 산란항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 좁은 산란항 안에서 뭉쳐진 알뭉탱이를 지키고 쌕쌕이들의 부화를 돕기 위해 쉬지 않고 날갯짓을 하던 모습. (공기순환을 통해 알들이 부패하지 않고 신선한 상태에서 자연부화를 돕기 위한 본능적 행동)

누군가 산란항으로 들어와 자신을 방해하면 뾰족뾰족 가시 같은 주둥이로 밖으로 내쫓았던 대빵이. 먹이를 먹지 못해 앙상하게 말라가던 대빵이.



결국 일주일이 지나고 작은 쪼꼬미들이 하나둘씩 알에서 부화해 삐죽삐죽 산란항 입구로 그 작고 귀여운 얼굴을 내밀 있을 때.

'드디어 대빵이가 네가 해냈구나.'

얼마나 대단하고 대견한지.

어느새 수십 마리 아기 안시들의 아빠가 되어있던 우리 대빵이가 어찌나 고마운지, 그날만큼은 특식으로 제일 좋아하는 큰 먹이를 입으로 밀어 넣어주었다.


사람도 그런 부성애를 보여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반려 물고기 대빵이가 어느새 초보 아빠가 되어 보여준 이 모습은 곁에서 지켜본 나와 우리 가족에겐 꽤 대단한 감동을 주었다.

이는 동물의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당당히 부성애 부분 1등 상을 줄만한 모습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