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젊디 젊은 부부 이야기 1

그들은 평행선을 걷는 중

by HAN

새삼 겨울을 알리는듯한 하얀 눈꽃송이가 차분하게 내리던 날.

서른 후반, 차분한 말투의 남자가 상담을 의뢰했다.

첫 단어는 아내의 힘든 육아로 시작했지만, 끝은 이혼으로 마무리되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상담사와의 초기 전화상담을 거부했고, 남자의 오랜 설득과 그녀의 받아들임 시간이 필요했다.



한 달이 지나고, 드디어 9개월 된 아기를 안고 부부가 내원.

4세 이하의 아기가 있는 경우 대부분 안고 함께 상담실로 입실한다. 그리고 최대한 아기와 엄마가 편안한 자세 및 상태로 상담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다.

(어떤 케이스의 경우엔 수유를 하며 상담한 경험도 있다.)


아기와 엄마 먼저.

사실 남자는 따라 들어오지도 않았다.

남자보다 2살 어린 여자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자는 아이를 품에 안고 한참을 울었다.

"힘들죠?" 이 한마디에 이미 눈물바다.

산후우울증, 낯선 육아, 주말부부로 힘든 육아전쟁에서 도망갔다며 남편에 대한 원망, 친정에서의 눈칫밥, 아이의 성장발달에 대한 걱정들.


모든 게 딱 10년 전 그때 나의 모습이었다. 공감 백퍼.

아이는 언제부터 깼는지 그 맑은 눈으로 자기 앞에 앉아있는 나를 바라보며 세상 순둥이처럼 웃고 있었다.

아이의 눈맞춤, 반응, 움직임은 정상적인 범주.

그렇게 시원하게 울었던 엄마는 아이가 잠에서 깨어나 웃을 때 비로소 조금은 편안해진 얼굴이 돼있었다.

여자의 첫 상담이 끝나고 다음 남자의 차례.






남자 얼굴이 매우 짙은 회색으로 그늘져있다.

그리고 여자와는 전혀 포커스가 다른 자신이 생각한 이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순간 둘은 부부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아이는 자신을 닮아 배밀이를 조금 늦게 했고 기기를 건너뛰고 걸었던 자신의 성장을 대입해 이야기했다.

(물론 기기를 생략하고 걷는 아이들도 있기에 문제가 되진 않는다.)

아내를 위해 결혼 후 집안일의 대부분(요리, 청소 등)을 담당했다는 남자. 그리고 부담될까 봐 시댁인 자신의 집을 잘 가지도 않았고 명절 때도 거의 가지 않았다는 말. 출산 후 시댁 쪽에서 주는 몸에 좋은 음식들을 거부한 아내. 점점 쌓여가는 아내에 대한 실망감. 그리고 이혼을 생각하게 된 결정적 계기인 장모님과의 불화.

"어떤 사람들은 힘든 시댁과 연을 끊고 산다는데.. 자네도 그렇게 하는 게 어떤가."

장모님이 사위에게 한말.

펑! 드디어 터질게 터졌다.

남자는 어떻게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며 어느새 감정에 북받쳐 상처투성이로 찢어진 마음을 오롯이 드러냈다. 그 믿을 수 없는 말에 자신은 아내와 인연을 끊고 싶었다고.





안타깝다.

서로의 주호소 문제가 다르다.

평행선을 걷고 있는 그들은 자신의 아픔만으로 차고 넘쳐흘러 서로를 바라보지 못한 채 현재 자신의 감정에 압도되어 태풍을 만나 자초된 배처럼 침몰해 가라앉고 있다.

서로에게 준 상처로 너덜너덜한 부부.

두 사람에게 모두 휴지를 가까이 놓아주고 그 아팠던, 상처로 찢어진 마음을 충분히 달래고 위로해준다.


아이의 이름으로 대부분의 부부가 그렇듯 첫 상담실 문을 두드리지만, 사실 아이의 문제는 거의 없다.

부부를 둘러싼 원가족 시댁, 장모님은 사실 부부의 문제가 해결되면 자연히 좋은 방향으로 나아질 부분이다.

결국 핵심은 부부관계의 회복이다.


서로 사랑해 결혼에 골인하지만, 이젠 서로의 마음에 보이지 않는 날카로운 손톱으로 깊은 상처를 주고 있는 부부.


부부상담과 성인 개인상담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게 그들이 꿈꾸던 보랏빛 콩깍지의 한 꺼풀이 벗겨지고, 젊디 젊은 부부는 찐 결혼생활의 기로에서 심각하게 헤매고 있는 중이다.





- 2회에 계속됩니다.



(그림출처:pixba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