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책 이야기 1

깨어남의 시간들

by 마법모자 김시인

깨어남의 시간들, 이강옥 지음, 돌베게, 2019

이강옥 교수님께서 책을 보내주셨다. 이틀을 이 책 속에 갇혀있었다. 아니 기꺼이 갇히고 싶었던 시간이었다.


삶은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헤르만 헤세의 말에 나는 단박에 매료되었다.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고 '데미안'을 읽고 '유리알 유희'를 읽었다. 데미안은 읽을 때마다 다른 메시지로 내게 말을 건넸다. 데미안의 목소리가 내 안에 있다고 믿으며 나를 찾아가는 여정에 비교적 충실한 삶을 살고 있다 자위하기도 했다.


교수님의 수행기는 온전한 나를 찾는 일은 얼마나 치열하게 나 자신과 대면해야 하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알았다. 내가 나를 안다는 관념, 그것은 착각이고 오만이며 겉멋에 불과하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자주 불안과 두려움을 느꼈다. 수행이라는 과정이 도저히 내가 넘볼 수 없는 영역 같아서 심장이 쿵쾅거리기도 했다. 그것은 나 또한 그런 영역을 경험하고 싶다는 또다른 열망의 표출인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도 책 속에 있지 않고 책 밖의 나를 가늠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 또한 번뇌와 망상임을 깨달았다.


'나는 나를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 는 교수님의 고백을 읽으며 눈물이 났다. 나도 늘 걱정이 많았다. 소심했고 겁이 많았고 자주 기가 죽었고 자신감이 없었다. 그런 나를 세상에 들키지 않기 위해 걱정을 달고 살았고 안달하며 살았다. 이런 나를 견디다 못해 심장은 자주 반응을 보였고 그런 반응이 무서워 나는 더 움츠렸다. 스스로를 '사부작사부작' 속에 가두고 그 경계를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나라는 분별에 집착할수록,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 안전하고자 하는 욕망이 나를 무너뜨리는 모순 속에 살았다.


어제는 통도사에 혼자 다녀왔다. 평소 잘 가지 않는 서축암과 금수암을 걸었다. 서축암 표지석을 보며 14~5년 전 기억이 생생이 되살아났다. 늦깍이 대학생이었던 그 시절, 무엇이로든 나를 채우고 싶었다. 그것이 공부에 대한 내 허기와 갈증을 채워줄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것 이상으로 타인으로부터 그런 나를 인정받고 싶은 욕망도 있었던 것 같다. 한자 '축'를 알겠다고 친구와 몇 번의 통화를 하고, 자전을 뒤지고, 멀리 계신 분께 메일까지 보냈던 그때의 기억이 초입에서 나를 붙들었다. 그때 나의 상태는 '들뜸' 이었고 경전을 들여다보는 지금의 나도 '들뜸' 에 있음을 알아차렸다. 내 안에 깃든 성급함과 조바심을 보았다.


독방에서의 악몽, 그 원천을 알다를 읽으며 연기에 대해 생각했다. 나와 타인, 나와 세상, 나와 사물은 제각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 연결되어 있다는 불교의 연기설, 그렇다면 타인과 마주할 때, 세상과 사물, 공간과 마주했을 때 내가 어떤 마음을 내어야하는지 깨달았다. 타인을 위해 아파하는 마음과 그들을 위해 남긴 교수님의 격려 글은 수행자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었다.


몇 년 전 친구가 화살기도라는 단어를 알려주었다. 그 이후로 나는 가끔 누군가를 위해 화살기도를 한다. 블교의 연기설로 본다면 그 기도 또한 온전히 타인을 위한 기도는 아니다. 책을 읽고 나니 수행자라는 말을 감히 쓸 수가 없다. 그 단어가 갖는 무게감과 책임감을 감내할 자신이 없다. 내가 누군지는 더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 언저리에 머물고 싶은 마음, 번뇌와 망상에 허덕이는 자신에게 자책과 질책 대신 그냥 물끄러미 바라봐 주고 싶고 제자리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주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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