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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Feb 27. 2022

거스르기도, 받아들이기도<안녕 나의 소녀>

2022년 16번째 영화

제목: 안녕 나의 소녀(take me to the moon)

감독: 사준의, 출연: 류이호(정샹), 송운화(은페이)

줄거리: 1997년 학창시절로 돌아간 소년 드디어 시작된 첫사랑과의 험난한(?) 썸 타기!


평소 대만 로맨스를 좋아하는 나인데, 이 영화는 제때 보지 못해 계속 밀렸다. 오늘에서야 보게 됐는데, 다른 대만 하이틴 로맨스 물들과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진 느낌이었다. 조금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좋은 메세지를 갖고 있어 좋은 느낌의 영화로 남을 것 같다. 대만 하이틴 물에 자주 등장하는 두 배우, 요번에도 봐서 반갑습니다!

영화는 3년 전, 정샹이 은페이를 만나러 가며 시작된다. 고등학교 때 친구인 둘은 밴드부에서도 함께 활동했다. 학교의 스타였던 은페이는 예상하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최고의 가수가 되겠다던 은페이는 회사 옥상 청소를 하고 있고, 집은 쓰레기들로 그득했다. 마음이 많이 쓰였지만, 달리 챙길 방법이 없어 그냥 돌아온 정샹. 며칠 후, 은페이는 죽는다. 죽기 며칠 전 은페이를 만나고 온 정샹은 누구보다 더욱 죄책감에 시달린다. 떠난 은페이를 슬퍼하며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꽃을 파는 할머니를 만난다. 할머니에게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듣고, 세 송이의 꽃을 산다. 그때, 예상치 못한 교통사고를 당한다.

눈을 떠보니 여긴 어디? 울고 있는 아이는 다마고치 속 병아리가 죽었다하고, 여학생들은 나무로 아미에를 따라한다. 정샹의 모습도 달라져있다. 사고가 났을 땐 분명 단정한 셔츠 차림이었는데, 지금은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있다. 죽었다고 생각한 은페이가 다가와 정샹을 반겨준다. 미래에서 온 정샹은 방금 죽은 은페이가 눈앞에 있으니 그저 반갑고, 반가운 마음에 헛소리 같은 참소리(?)를 해버린다.

정샹은 은페이의 오디션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은페이가 오디션에 가지 못하도록 갖은 수를 쓴다. 오디션 일정이 바뀌었다고 거짓말을 친다던지, 친구에게 부탁해 은페이 부모님께 전화로 오디션을 본다는 사실을 알린다던지...자전거 바퀴에 펑크까지 내면서 정샹은 은페이의 오디션 참가를 막는다. 이렇게까지 오디션을 막는 이유는 은페이가 가수가 됐기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가수가 된 은페이는 만족하는 가수의 삶을 살지 못했다. 그것이 은페이를 망쳤다 생각하기에 정샹은 필사적으로 방해한다.

그 결과, 참가는 했지만 오디션에 늦어 좋은 결과는 바랄 수 없게 되었다. 은페이의 목소리가 심사위원을 붙잡긴 했지만 말이다.

결국, 친구의 폭로(?)로 오디션 날, 은페이가 오디션 날 겪은 이상한 일들이 모두 정샹의 짓임을 알게 된다. 정실망한 은페이는 정샹을 찾아가 이것저것 따지지만, 되려 은페이의 꿈을 향한 열망을 꺾어버리기 위해 "넌 재능이 없어!"라는 하는 말을 하고 만다.(아..정샹...이정도까지는 필요없었자농...) 그 말에 크게 상처를 받은 은페이는 밴드부 연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정샹을 피하는 날이 늘어간다. 

계속 생각을 하던 정샹은 용기를 내어 먼저 은페이에게 다가간다. 은페이가 전에 찢어버린 장위셩(은페이의 최애가수!)의 콘서트 표를 하나하나 붙여 가져온 정샹은 은페이에게 당장 콘서트에 가자고 한다. 싫다고 했지만 할 수 없이 콘서트에 따라간 은페이. 장위셩의 노래를 듣자마자, 마음이 싸악 풀린다. 분위기를 틈타 은근슬쩍 손을 잡는 정샹.

열두 시가 지나면 시드는 꽃잎. 오늘이 3일 째라 세 송이 꽃을 산 정샹에겐 마지막 날이나 다름 없었다. 기운없이 쓰러진 정샹은 눈을 떠보니 다시 현재로 돌아와있다. 꿈 속에서 만난 은페이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과감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어렸을 적 꿈인 요리사에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정샹이 노력한 덕분인지, 은페이는 살아 있었고, 멋지게 노래를 부르는 은페이의 얼굴이 전광판에 나오며 영화는 끝난다.


<안녕, 나의 소녀>를 보며 <나의 소녀시대>가 떠올랐다. 송운화가 출연했고, 다른 연유에서긴 하지만 시간여행을 하는 내용이라! 물론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기선 류이호가 시간여행을 한다.

이 영화가 다른 영화와 차별화된 점은 사랑, 로맨스에 초점이 맞춰있다기보다는 꿈과 미래에 관한 이야기들로 채워져있다는 것이다. 다른 대만 하이틴 로맨스들에서 꿈과 미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로맨스 영화인만큼 로맨스에 더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안녕, 나의 소녀>는 그렇지 않았다. 덕분에 성장물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이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세지도 그랬던 것 같고.


우리는 미래를 볼 수 없다. 설령, 설계한다 해도, 바꾼다 해도 그것이 다른 루트를 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없다. 아직 오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는 최선을 다한다. 이 시간은 돌아오지 않기에, 나의 시간이라는 것은 결국 나를 만드는 일이기에.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너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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