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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Jun 26. 2022

나는 미친 끼순이,<모어>

2022년 37번째 영화

제목: 모어(i am more)

감독: 이일하, 출연: 모지민, 존 카메론 미첼, 예브게니 슈테판

줄거리발레리나, 뮤지컬 배우, 안무가, 작가 누군가의 자식, 친구, 연인 성소수자, 드랙퀸, 끼순이 그리고 토슈즈 신는 미친X… 이 세상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나 인생은 쇼, 내 이름은 모어! 진짜 튀는 무대를 보여줄게!


포스터를 보고 어! 이거 보고싶다! 했었다. 그런데 내 주변 극장은 독립영화를 많이 걸지 않았고 영화는 언제 만날지 모르는 시간 속으로 빠질 뻔했다. 다행히, 가능한 시간대가 있었고 영화는 내 눈으로 들어왔다.

영화를 보며 느꼈는데, 독립영화에 주말 아침 상영이라는 극악의 조건을 갖췄지만 많은 분들이 봐주신 게 너무 좋았다. 좋다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긴 속눈썹을 붙이고 진한 색조 화장을 한 이 사람은 모지민이다. 그는 자신을 항상 끼순이라고 부른다. 정말 끼가 넘친다. 무용을 한 탓에 균형잡힌 몸을 갖게 됐고, 그 몸으로 이제는 트랜스젠더 클럽에서 춤을 춘다. 사람들은 그에게 동성애자, 호모라며 손가락질을 하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그는 가야할 길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지민씨는 미국 공연에도 초청을 받은 몸이다. 그래서 토슈즈를 신고 열심히 연습한다. 동시에 오늘도 세상에 맞선다. 퀴어축제에 나간 지민씨는 아! 대한민국에 맞춰 자신의 춤을 자유롭게 선보인다. 그 옆에선 태극기를 든 사람들이 동성애자들을 향해 욕을 한다. 동성애를 반대한다며 울부짖는다.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춤을 추는 지민씨. 지민씨라고 남들 눈을 처음부터 의식하지 않았을까?

그건 아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었고, 무용과 선배에게 여성을 버리라며 뺨을 맞았다. 자신을 향한 모욕들에 부딪히며 지민씨는 다짐했다. 이런 거지같은 곳을 벗어나야겠다고. 그렇게 지민씨는 트랜스젠더 클럽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지민씨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러시아 청년, 슈테판이다. 둘은 오래 전 만나 사랑을 키워왔다. 슈테판은 지민씨를 위해 시민권을 따려 노력중이다. 장거리 연애중인데 언제나 사랑한다. 여느 다른 연인들처럼 안고, 달콤한 말을 주고 받는다.

마침내, 지민씨는 준비한 공연을 상연하기 위해 미국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자신의 롤모델인 미첼을 만난다. 사실 미첼과는 한 번 본 적이 있다. 지민씨가 한국에 있을 때, 우연히 만나게 됐다. 이야기를 하고 춤을 추며 짧은 만남이었지만 우정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미국에서 다시 만난 둘은 그때처럼 이야기를 나눈다. 


시간이 지나 지민씨는 미국에서의 공연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한 콘테스트의 심사를 보고 있다. 같이 심사를 보게 된 동료 트랜스젠더와 이야기를 나눈다. 이런 저런 고충과 사람들의 이야기...

지민씨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트랜스젠더 클럽에서 춤을 춘다. 이젠 그게 제일 좋은 지민씨의 일상이다.


영화 자체가 신선했다. 다큐와 음악 시퀀스가 번갈아 나오며 장면의 변주가 있다. 그게 다른 다큐 영화들과 다른 점이었다. 덕분에 노래와 춤에 눈과 귀가 매료되어 1시간 반 내내 즐거웠다. 

지민씨의 이야기를 보며 느낀 것은 나도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였다. 지민씨는 자신의 꿈을 위해 연습하고 또 연습하고 편견에 부딪힌다. 오히려 더 당당히 자신을 드러낸다. 이런 점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보수적이라 성소수자라는 존재를 반기지 않는다. 더 나아가 혐오한다. 이런 곳에서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그 이상으로 해내고 계신 모습이 멋지게 다가왔다. 나에게 필요한 누군가의 모습이었다. 오랜만에 참 즐겁고 따뜻한 영화를 봤다.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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