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이제는 회피를 끝내야 될 때.

회피해도 될까요?

by 고우린

회피를 한지도 어언 두 달이 됐다. 처음에 나의 행복을 위해 세상과 단절했을 때는 마냥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넉넉하지도 않은 여유 자금을 가지고 이걸 써도 되는 건가? 미래에 대한 생각은 전혀 안 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잠시 스쳐갔다. 나의 행복을 위해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자. 지금이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땐 청약통장을 깼다.


나이 서른에 누구는 결혼을 하고 누구는 회사에서 높은 직급을 달고 누구는 애를 낳고 1억을 넘게 모으는데 나는 청약통장을 깨서 여행을 다녔다.


한참 욜로족이라는 말을 만들어 사람들의 안 좋은 시선을 받는 젊은 세대들이 있었다. ‘대충 벌어서 하루를 소비하는 사람.‘ 그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 나 같았다. 욜로족은 영어 문장을 줄임말인데 you only live once라는 문장이다. 이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모험적이고 즉흥적인 삶을 살아야 된다는 신념에서 비롯된 말이다. 모험적이고 즉흥적인 삶을 살아가는 게 세상의 질타를 받을 만큼 잘못된 것일까? 애초에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된다는 지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나이 스물엔 꼭 대학을 가야 되고 나이 서른 엔 꼭 결혼을 해야 되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평탄한 길을 걸어가지 않게 되면 남의 눈치를 보게 된다. 가끔은 트루먼쇼가 어쩌면 있을법한 이야기라는 생각도 든다. 감독이 원하는 이야기들을 영화 속에서 사는 주인공은 하루하루 똑같이 짜인 일상을 살아간다. 마지막 장면에서 트루먼은 인사를 하고 거짓된 세상에서 빠져나간다. 가짜로 만들어진 세트장 속에서 빠져나간 트루먼은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갔을까? 가공된 안온함 대신 불확실하지만 주체적인 진짜 삶을 택한 트루먼은 나처럼 두렵지만 설레지 않았을까.


주체적으로 인생을 개척해나가도 불안하고 무섭다. 인생엔 정답이 없고 내가 한 선택으로 흘러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나의 선택을 후회하진 않는다.


“회피해도 될까요?”는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자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내가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회피하고 싶은 순간이 꼭 온다.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회피라는 방법을 선택하지만 그게 옳고 그른지는 자신이 선택한다. 나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회피라는 것을 선택해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의문을 가진다. 나는 이제 회피를 끝내려고 한다. 쉬는 동안 돈, 앞으로 흘러가야 될 인생, 미리에 대한 걱정 하나 없이 나는 오롯이 나의 행복만을 위해 이곳저곳을 다니며 인생을 흘려보냈다.


안정적인 곳을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열정. 메마른 감정들을 다시 벅차오르게 하는 감동이 필요했다.


하루 종일 집에도 있어보고 묵호, 전주, 경주, 오사카, 대전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경험도 해보고 수많은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니 어느새 건강한 마음을 가진 나를 마주했다. 그래 나 이렇게 도전할 줄도 알고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었지? 심장이 다시 뛰었다.


다시 달려보자 하는 마음이 연료가 되어 이제는 회피를 끝내고 나 자신을 가꿔야겠다는 생각을 마주했다. 아직도 인생을 달려 나가는 것은 무섭다. 무섭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가 없는 건 아니다. 회피를 할 용기, 나의 감정을 마주 할 용기. 우리는 살아가는데 용기가 필요하다. 도전할 용기, 앞으로 나아갈 용기. 앞으로도 나는 무수한 순간들을 마주하면서 회피하고 선택하고 끊임없이 도전해 나가는 인생을 마주해 나가겠지. 그것을 마주하는 것 들여다보는 것은 나의 선택이다. 나는 이제 회피를 끝내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그대들에게 물어본다. 회피해도 될까요?라고.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