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숨을 쉬는 방법

삶의 자세

by 고우린

후 하-. 가끔은 공황장애의 후유증으로 인해 숨을 크게 들이마실 때가 있다. 몇 년 전 공황장애를 앓았다. 그 병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심장이 두근두근 크게 뛰더니 이내 마라톤을 뛴 사람처럼 숨을 헉헉 거리며 쉬게 됐다. 죽을 듯한 공포심이 들더니 주르륵 식은땀이 목 뒤로 퍼져나갔다. 그때의 그 감정이 나에게는 아직도 후유증으로 자리 잡아있다.


거리를 지나가다가도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더라도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순간에 공황장애가 찾아올까 겁부터 났다. 행복한 척을 하지만 속으로의 나는 불안정하다. 가끔은 숨을 이렇게 쉬는 게 맞았나?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숨 쉬는 것 심장이 뛰는 것을 의식하고야 만다.


어느 날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순간적으로 공포심이 들었다. 공황장애가 나타나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게 된다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과 함께 나는 순간적으로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무언가에 집중하려고 해도 한 순간에 사로잡히고야 만다. 숨을 쉬는 방법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무언가에 공포심에 질린 나는 한심하기 그지없다.


눈을 감고 나는 괜찮다. 나는 괜찮다를 반복하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될지 막막한 감정까지 들었다.


나는 숨을 쉬기 위해 도망친다. 하염없이 도망치다 보면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하는 회의감도 들긴 하지만 가만히 멈춰 있을 수는 없지.


언젠가 파란 바다를 바라보는데 철썩철썩하는 바닷물이 부딪히는 소리가 꼭 내 마음을 다그치는 소리 같았다. 철썩철썩 언젠가 엄마에게 맞았던 매운 손바닥의 소리 같기도 하고 나를 다그치는 소리 같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내 마음을 다그칠 수 있어서 바다의 소리를 가끔씩 마주하러 가본다.


언젠가부터 멈춰 서있는 게 두려웠다. 어릴 때는 달리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는데 나는 왜 인생이라는 삶 속에서 계속 달리고만 있는 걸까. 어느 순간 배터리가 방전된 사람처럼 가만히 제자리에 서있어 보았다. 나는 매 순간 흔들리는 갈대 같았다. 인생 속에서 마음들이 흔들리면서 정착하지 못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숨을 쉬며 살아간다. 배우지 않아도 우리는 살기 위해서 숨을 쉰다. 지금 살아가는 인생도 숨 같다. 배우지 않아도 인생을 살아간다. 누군가가 나에게 숨을 쉬는 방법을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제대로 숨을 쉬는 방법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언젠가 출근하는 직장인들 틈에서 그들을 바라볼 때면 어떤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했다. 그들은 무엇을 하며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까. 책을 보는 사람, 웹드라마를 보는 사람, 앉아 졸면서 가는 사람 다양한 사람들 틈에서 내가 바라보는 나는 그저 흘러가는 사람일 뿐이다. 강가에 떠내려가는 나뭇잎처럼 그저 수많은 풀들 사이에 있는 잡초처럼 아무것도 아닌 존재일 뿐이다.


북적이는 술집에서 가만히 홀로 술을 홀짝이다 보면 그들의 틈에 섞여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낀다. 그들의 이야기를 가끔 몰래 경청하다 보면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할 수 있다. 내가 숨 쉬는 법을 언제 집중했냐는 듯이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불안이라는 감정마저 없어진 채 그 자리에서 온전히 나의 시간을 즐긴다.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그 순간을 나는 유일한 도피처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가끔은 생각이 나를 지배해서 미칠듯한 불안감이 올 때면 나의 상태보단 나의 감정을 들여다본다.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면 근심 걱정들로 인해 불안이라는 감정으로 인한 허상이라는 것을 마주한다.


따뜻한 차를 한잔 마시며 책을 들여다보았다. 그 책 속에 한참을 빠져있다 보면 그들의 인생 이야기에 푹 빠져보게 된다. 나는 그 속에서 내가 제3의 인물이 되는 것 같은 착각도 든다. 책은 나에게 숨을 쉬게 해주는 원동력 같다. 나는 무언가에 기대어 또 삶을 살아가고 있구나 그게 썩 나쁘지만은 않다.


한번 패닉을 겪게 되면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사계절을 빠르게 흘러간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겪고 나면 사계절이 우리의 삶 같다. 인생에 아름다울 것 같았던 봄도 오고, 뜨겁게 불타오르는 여름도 오고 시원하게 일렁이는 가을도 오며 매서운 거 같은 겨울도 온다. 사계절은 잠시 뿐이다. 그리고 다시 봄이 돌아온다. 이것은 삶이다. 돌아오는 삶. 죽음은 쓸쓸한 겨울 같다. 눈보라 치는 겨울. 차가운 눈이 녹듯이 우리도 뼛가루가 되어 사라지겠지.


나는 계속 돌아오는 사계절을 숨을 쉬는 방법을 찾아가며 살아갈 것이다. 언젠가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 혼자서도 매서운 겨울을 견뎌 나가겠지 그것이 인생이니까.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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