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제대로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냐면
**영화 <파수꾼>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0대 청소년을 종종 정신과 진료실에서 만나요. 우울, 불안 등 다양한 증상 때문에 병원을 찾아오지만, 정확히 왜 그런 증상을 겪는지,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말로 설명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하죠. <파수꾼>은 벌써 개봉한 지 15년이 지난 영화지만, 영화 속 아이들이 겪는 마음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인 셈이에요.
<파수꾼>은 화려한 반전 없이 10대 소년 3명의 관계를 묵묵히 그린 영화예요. 제가 이 영화의 팬을 자처하고 함께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아이들이 제대로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해서 오늘날 교실에서 상황이 반복된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진료실 밖에서도 아이들이 자기 마음을 지키는 방법을 배우고, 스스로 ‘파수꾼’이 되길 바라는 마음, 너무 큰 욕심일까요?
영화는 세 친구의 결말에서 시작해, 과거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전개돼요. 그 출발점은 기태의 자살이에요. 기태 아버지는 아들과 며칠에 한 번 안부를 묻을 정도로 항상 자리를 비우던 보호자였고, 왜 기태가 죽어야만 했는지 뒤늦게 파헤치기 시작해요. 그러다 기태와 친밀했던 동윤과 희준이 장례식에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의아해, 이 둘을 찾아 나섭니다.
기태, 동윤, 희준은 가정사, 좋아하는 사람, 몰래 피우는 담배까지 공유하는 절친한 사이였어요. 기태가 학교 일진의 중심인물이 되고, 폭력적인 말과 행동을 수시로 휘두르기 전까지는요. 어머니의 부재, 바쁜 아버지 아래에서 기태는 필요한 보살핌과 감정의 언어를 배우지 못했고, 말보다 몸으로 하는 감정 표출에 점점 더 익숙해졌어요. 또래 사이에서 생존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 허세와 과시였던 거예요. 그래야 스스로 무너지거나, 무시당하지 않을 거라 믿으면서요.
기태의 비수 같은 말과 폭력적인 행동을 반복해서 경험한 친구들은 하나둘 곁을 떠나가요. 스스로도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지만, 기태는 제대로 설명이나 사과를 할 방법을 알지 못하죠. 배운 적도, 경험도 없었으니까요.
전학을 선택하고 떠나간 희준과 달리, 마지막까지 기태 옆에 있던 동윤은 비교적 소통과 중재에 능했는데요. 기태로 인해 원치 않게 관계가 깨져버리자, 동윤 역시 크게 상처받았고, 기태에게 ‘처음부터 너만 없었으면 돼’라는 공격적인 말로 받아쳐요. 그 역시 아직 미숙했거든요. 아슬아슬하게 하루하루를 버티던 기태는 동윤의 마지막 한 마디에 완전히 무너져 내려요.
정제되지 않은 기태의 분노는 사실 외로움의 다른 이름이자 표현 방식이에요. 외로움을 숨기기 위한 강한 척은 결국 단단한 장벽이 되어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거나 친구들과 솔직한 소통을 모두 어렵게 만들었어요. 의도치 않게 자신과 주변을 모두 심리적 고립 상태로 몰아넣게 되었고요.
아이가 말을 시작하면, 소통은 자동으로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상대에게 적절한 언어와 행동으로 생각을 전하는 건 수많은 상호작용과 오랜 시간 경험을 통해 배워나가는 거예요. 책을 통해서 배우는 교과 과목과는 전혀 다른 학습 방식으로요. 제때 건강한 소통 방식을 습득하지 못하면 상처는 농담으로, 고독은 침묵으로 덮여버려요. 10대 남학생 사이에선 특히, 감정 표현하는 것이 곧 ‘약하다’는 인식이 퍼져있고요.
일방적인 학교 폭력을 제외하고, 명확히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곤 해요. 10대의 여러 갈등 상황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은 미숙한 감정 표현 방식과 도움 요청 방식으로 인해 흐름이 극단적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점이에요. 이 부분을 사회가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할 때, 변화가 시작될 것 같아요.
‘파수꾼’은 일정한 곳에서 경계를 하며 지키는 일을 하는 역할이에요. 건강한 소통 없인 스스로 마음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기 어렵죠. 하지만, 10대는 다양하고 새로운 관계 속에서 소통 방식을 탐색하고 배워나가는 과정, 그 한가운데에 있어요. 그래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 거칠고 강한 가면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그 뒤에 말하지 못한 마음이 숨어있을지 모른다는 작은 의심이, 조심스레 건네는 ‘괜찮아?’ 한 마디가 인식과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