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 속 관계의 심리학
**<은중과 상연>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은중과 상연>은 15부작 넷플릭스 시리즈예요. 9월 공개된 첫 주는 미미했던 성적이 2-3주 차에 국내 시리즈 1위, 비영어권 콘텐츠 5위까지 오르며 많은 공감을 얻었어요. 배우 김고은과 박지현이 각각 ‘은중’과 ‘상연’ 역할을 맡아, 두 친구의 관계를 느린 호흡으로 그렸고요. 30년의 타임라인 안에서 이들은 다투고, 화해하고, 잠수 타고, 재회하고, 또 절교하면서 애정과 증오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요.
사실 우리가 살아가며 맺는 관계에서 단 하나의 감정만 느끼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요. 가족 간에도 애증을 느끼고, 연인 사이에는 의심과 수치심이 같이 싹트니까요. <은중과 상연>에선 제목 그대로 하나의 관계를 집요하게 따라가며, 친구 사이 느끼는 동경, 질투, 선망, 애정, 원망 등 입체적인 감정을 보여줬고, 그래서 때론 은중에 때론 상연에 이입하며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뿌리엔 등장인물과 내가 가진 결핍이 있었죠!
결핍의 사전적 의미는 ‘있어야 할 것이 없거나 모자람’이에요. 절대적인 기준이 존재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을 인식하면 발생하는 감각에 가까워요. 극 중 어린 은중에겐 돌아가신 아버지가 콤플렉스였고, 아파트 사는 친구들보다 부족한 경제적 여건이 곧 부끄러움이었어요. 어린 상연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웠지만, 냉랭한 가족 관계로 항상 인정과 애정에 목말라 있었고요.
결핍이 없는 사람은 없어요. 결핍이 모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도 아니에요. 결핍 없이는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우거나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기 어렵죠. 하지만, 결핍을 어떻게 해소하느냐, 어떻게 수용하느냐는 다른 문제예요.
어린 은중에겐 결핍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게 도와준 어른들이 있었어요. 바로, 학교에서 겪은 억울한 일에 공감해 줄 엄마와 부재한 아버지에 대한 수치심을 잘 다룰 수 있게 가르쳐준 윤현숙 선생님이에요. 반면, 어린 상연은 은중을 통해 가정에서 충족하지 못한 애정과 안정감을 해소하는데, 오히려 자신이 절실히 원했던 엄마와 오빠의 애정이 은중에게 향하자 상실감과 박탈감을 느끼게 돼요.
이 어린 시절 경험은 은중과 상연의 20대, 30대, 40대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되죠. 은중이 부조리한 상황 속에서도 현실을 제대로 마주하고 도전을 선택한다면, 상연은 결핍을 채우기 위해 상호 파괴적인 선택을 거듭하거든요.
위의 문장은 상연의 대사에서 따왔어요. 뒤에 이어지는 내용은 ‘미웠다’고요. 은중처럼 사랑받지 못하고, 사랑할 줄 모르고, 아낌없이 줄 수도 받을 줄도 몰랐다고 속으로 독백하는 장면에서 등장해요.
은중은 상연에게 자신의 결핍을 극대화하는 인물이에요. 원하는 순수한 애정을 주고 솔직한 대화를 나눈 유일한 친구지만, 진짜 사랑받고 싶었던 상대의 애정을 ‘빼앗은’ 사람이기도 해요. 은중은 똑똑하고 아름다운 상연에 대한 동경으로 상연 내면의 콤플렉스와 그림자를 전혀 못 보지 못했고, 상연은 양가감정 속에서 자책, 자기혐오의 시간을 지나죠.
30대에 절교하고 10여 년이 흐른 뒤, 죽음을 앞둔 상연은 불쑥 은중을 찾아와요. 다짜고짜 건물 양도 서류를 내밀거나, 존엄사를 위해 같이 스위스에 가 달라는 무리한 부탁을 하면서요. 너무 복잡한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는 게 구차하게 느껴져서 차라리 고독하길 선택해 온 사람의 서툰 의사소통 방식이지만요. 그 속에는 돌고 돌아 결국 끝내 자신을 받아줄 단 한 사람을 향한 절박한 마음이 담겨있죠. ‘누가 널 끝내 받아주겠니’라며 저주 같은 말을 남겼던 은중이 상연의 마지막을 지키는 아이러니한 결말이고요.
시간이 모든 걸 다 해결해 주는 건 아니지만, 결핍과 질투가 가렸던 시야는 다양한 관계와 일을 통해서 서서히 넓어지고, 과거의 나와 타인까지 수용할 수 있는 여유를 주기도 하는 거예요.
특히, 어린 시절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 겪은 결핍은 전 생애에 걸쳐 영향을 미쳐요. 오빠의 자살, 부모의 이혼, 경제적 몰락 등 상연이 겪었던 드라마틱한 사건만이 원인은 아니에요. 칭찬이 박한 부모 아래서 자랐거나, 형제가 많은 집안에서 경쟁적으로 지냈다면, 어딘가 충족되지 않은 어린 마음이 남아있을 수 있어요. 단순히 성공한 커리어나 꽉 찬 옷장으로 해결할 수 없는 허전한 마음이요.
모든 사람은 결핍이 있고, 그걸 잘 알고 채워나갈 때 성장해요.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요… 바로, 내 안의 결핍을 마주하는 것! 꼭 상연처럼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하는 건 아니에요. 많은 감정의 뿌리가 결핍이잖아요! 우리는 반대로 감정부터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결핍에 대한 힌트를 찾아보아요.
✅ 나는 어떤 사람을 부러워하나요?
✅ 어떤 상황에서 질투를 느끼나요?
✅ 나의 원망하는 마음은 누구를 향하나요?
진짜 결핍을 알아야, 채울 방법도 찾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