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정말 뛰라고 만든 마라톤 맞아?!

인생 극한 마라톤, 쉬어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by Light Life

‘인생은 마라톤이다’라는 말, 살면서 수도 없이 들었어요. 조급해하지 말고, 인생을 길게 보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대충 고개를 끄덕였었죠. 그런데 <극한84>라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문득 무릎을 ‘탁’ 쳤어요. ‘애초에 사람이 뛸 수 있게 설계된 코스가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가 등장했거든요.

인생이 잘 정비된 도로가 아니라, 극한 환경에서 뛰어야 하는 레이스라면? 열심히 살아보려고 해도, 발에 돌멩이가 계속 걸리고, 눈 앞엔 가파른 오르막길뿐이라면? ‘인생은 마라톤이다’라는 말, 극한 마라톤을 상상할 때,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었어요.



빅5마라톤에 참여한 기안84가 한 말 (출처: MBC <극한84>)

| 달리라고 만든 코스, 진짜 맞아요? |


예능 프로그램 <극한84>는 기안84와 극한크루가 함께 전 세계 가장 극한의 환경에서 열리는 마라톤에 참여하는 여정을 담았어요. 첫 도전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빅5 마라톤’ 참가였는데요. 엔드란지 사파리 보호구역에서 열리는 이 레이스는 맹수의 실제 서식지를 가로지르고, 모래밭과 오르막길이 반복되는 코스로 유명해요. 꾸준히 러닝하고 풀 마라톤 완주 경험이 있는 기안84도 ‘러너스 하이(High)’가 아닌 ‘러너스 다이(Die)’가 왔다며 드러누울 정도죠.

그 길 위에서 기안84는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다 못해, 구토가 계속 나 마신 물조차 도로 게워 냈어요. 누가 봐도 한계에 다다른 상황.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 뛰다 걷다 반복하며 기어이 완주를 해냈습니다. 6시간 38분 54초, 컷오프에서 고작 21분 6초를 남겨뒀지만 뜻깊은 완주였어요!



| 누구나 각자의 한계를 만난다 |


우리의 일상도 극한 마라톤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모래밭에 발이 푹푹 빠지듯,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를 얻지 못하는 순간이 오기도 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오르막에 발을 들여야만 하는 때도 있으니까요. 코스의 끝이 어딘지 모르고 달리는 경우도 있고요.

심지어 이 마라톤, 다 같은 줄 알았더니 길의 난이도가 각자 다 달라요. 나만 비바람 역풍이 몰아닥치는 오프로드 위에 놓여있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구르고 기어서 간신히 코스를 통과했더니, 남들은 구간을 뛰어넘은 듯, 산뜻하게 달려 나가는 것 같아요.

이때 내가 느끼는 고통으로 인해 간과하기 쉬운 게 하나 있어요. 누구나 각자의 한계를 만나는 순간이 있다는 사실이에요.

정신과 진료실을 찾는 건 불행한 어린 시절을 지닌,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족력이 있는 사람만이 아니에요. 누구든 몸과 마음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앞으로만 밀어붙이다 보면 주저앉을 수 밖에 없어요. 잘 뛰던 사람도 오버페이스로 중도 포기를 외치는 것처럼요.



| 우리는 왜 전력으로만 달리려 할까? |


‘이렇게 계속하다가 정말 쓰러지는 건 아닐까’ 생각이 스쳐도, 옆을 보면 너도나도 다 뛰고 있어서 멈출 수가 없어요. 뒤처지는 것이 곧 실패로 인식되고, 나만 인생에서 낙오되겠다는 생각이 스쳐서요. 그래서 끊임 없는 경쟁에 몸과 마음이 지쳤는데도, 더 많이 가지고,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 쉴 틈 없이 모두가 전력으로 달려요.

다시 <극한84>로 돌아가 보면요. 맹수 발자국이 있던, 뱀이 사는 지역이건, 상관없이 기안84는 땅에 납작 엎드려 쉬었어요. 그 시간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었고요. 그게 그만의 급속 충전 방법이었거든요. 멈췄다고 길이 사라지지 않아요. 다음 구간으로 넘어가기 위해 멈춰야 하는 순간도 분명히 있어요. 기록을 단축하겠다고, 급수를 하지 않는 마라토너는 없습니다.


tempImageGJfzsE.heic 인생 마라톤도 달리다 보면 모래밭에 발이 빠지거나, 마신 물을 게워 낼 정도로 고통스러울 때가 있어요. (출처: MBC <극한84>)


진짜 중요한 건 자신의 상태를 알아채고 존중하는 거예요.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고, 지금 내 몸과 마음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앞으로 나아가면서요. 그 순간만큼은 스스로에게 향한 ‘그냥 걸어도 괜찮아’, ‘잠깐 멈춰도 괜찮다’ 말이 어떤 위로보다 잘 흡수될 거예요. 결국 인생 마라톤의 본질은 속도가 아니라, 적절한 판단과 완주인 것 같아요.



| 가장 용기 있는 선택 |


‘빅5 마라톤’에서 기안84와 함께 출전한 배우 권화운은 전체 2등을 기록했어요. 즐겁게 쌩쌩 달리는 권화운의 모습이 주는 대리만족도 있었지만, 진짜 감동을 줬던 사람은 사색이 된 얼굴로 끝내 결승선을 밟은 기안84예요. 주저앉아 있을 때 머릿속을 스쳐 간 수많은 생각에도 불구하고, 다시 자신의 페이스대로 나아간 선택이 정말 멋져 보였거든요.


tempImage4BoJIR.heic 쉬다 걷다를 반복하며 6시간 38분 54초로 완주한 기안84 (출처: MBC <극한84>)


결론은 아주 단순해요. 인생이 마라톤이라면 지금 이 코스를 지나가는 나를 조금 더 존중해 주세요. 어차피 우리는 모두 다른 각자의 코스에서 달리고 있고, 순위는 확인할 때마다 바뀌며, 길 위엔 승패보다 중요한 가치가 숨어있어요. 잠시 쉬었다 가는 선택, 뒤돌아보면 오히려 레이스에서 가장 용기 있고, 현명한 순간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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