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T Longs 6.

하나님은 거짓말쟁이

by Staff J

내가 했던 묵상 중에 내 기억에 가장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킨 묵상 제목은 '하나님은 거짓말쟁이' 였다. 여러 댓글들이 있었지만, 정리하면 '하나님이 거짓말을 하실리가 없다', '너가 진짜로 그 응답을 받은 게 맞냐? 듣고 싶은 대로 들은 게 아니냐',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잘 극복하길 바란다', 이렇게 세 개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묵상 이후 20여년 동안 끊임없이 신앙 생활이라고 불릴 만한 것들을 했고, 많은 응답을 들었고, 또 많은 응답들을 전달했지만, 내 안에 있는 '하나님은 거짓말쟁이' 라는 이 문구는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점점 구체화되는 이 문구에 인지적 부조화를 느끼던 내 자신이 어느 시점에 이런 논리를 만들어 내게 되었다.


'하나님은 거짓말쟁이라는 오명을 들을 것을 감수하시고서라도 내가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보다는 내가 성장하는 것을 더 원하신다.'


하지만 이 논리에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하나님의 응답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응답에 대한 신뢰가 시점별로 다르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즉, 현재 가장 나에게 적합한 말이라는 현시성은 논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지만, 미래에는 그 응답이 부정되어 버리는 상황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미래 시점의 응답의 성취성은 담보되지 않는다. 즉, 시간이 감에 따라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깊어지는 게 아니라 신뢰감이 허물어지는 구조적인 취약성에 기반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신뢰가 허물어지는 과정은 두 가지 측면에서 발생하는데, 미래에 성취될 것을 기대할 수 없으니 현재 그것이 나에게 가장 적합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현재 시점에서 어떤 최적의 대안을 찾기 보다는 감정적으로 허비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이 응답도 아니었나 보다 라는 자각을 하게 되면 새로운 것을 찾게 되는데, 그 시점이 성취감이나 안정감을 가진 때가 아닌 실패감이나 좌절감을 가진 때여서 '또.... ' 라는 말로 시작하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소용돌이 치게 된다는 점이다. 마치 운동을 열심히 해서 더 건강한 사람이 되어 가는 것이 아닌 어떻게든 살다가 수액맞고 약간 살만한 상태를 연장하는 느낌이랄까.


결국 내가 죽기 전에는 이런 고백을 하게 될 걸로 기대한다. 하나님은 하나님이시네요. 하나님은 참 크시네요. 그런데 그 전까지는 아마 계속 비슷한 반문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이번엔 뭔가요? 이번엔 몇 년짜리인가요? 내가 얼마만큼의 신뢰를 가지고 있어도 되나요


어릴 때는 내가 답에 기반해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답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답도 없는 상황도 많고.

이전 05화QT Longs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