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T Longs 5.

하나님을 시험하다

by Staff J

소년 다윗이 전쟁에 익숙한 장수 골리앗을 물리쳤다.


그 이전 상황을 보면 다윗은 왕으로 기름 부음을 받았다. 분위기상 집에서 잔치를 벌인 것 같지는 않다. 잔치를 열었다가 그 이유가 사울의 귀에 들어가면 사울의 미움을 살 수도 있고 (최측근이었던 사무엘이 자기의 죽음을 두려워 했으니 말이다.), 다윗의 가족들도 다윗이 진짜 왕이 되는건가 하는 반신반의하는 마음도 있었을 거다.

그러면 정작 다윗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짜피 왕이 될 거니 나는 왕자들이 받는 교육을 받아야 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양이나 치는 내 처지에 무슨 왕이야. 하나님께서 이번엔 실수하신 거지. 라고 생각했을까?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많이 흘렀을 것 같지는 않다. 맞는 군복이 없었으니) 다윗은 부모님의 심부름으로 형들을 만나러 가고 거기서 골리앗을 만나게 되고, 결국 이긴다. 그 뒤로 사람들은 다윗을 공개적으로 사울보다 더 칭찬하기 시작한다. 사울의 독백을 보면, 이 시점에도 다윗이 차기 왕이 되리라는 사실은 사울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은 몰랐던 것 같다.


이런 표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윗은 하나님을 시험한 셈이 되었다. 나를 왕으로 세운다고 했으니 내가 이런 짓을 해도 그 말이 진짜 이뤄질 수 있는지 한 번 확인해 보고 싶다 라는 미필적 고의에 기반한 마음으로 했을 수도 있고, 그냥 단순하게 나를 왕 시켜준다고 하는 신에 대한 모욕에 진짜 화가 나서 그랬을 수도 있고. 어찌되었든 하나님은 다윗을 왕으로 세우는 긴 여정 가운데 하나의 이정표로 사용하셨다.


이 이정표가 다윗의 의지로 세워진 것인지 아니면 상황을 그렇게 셋팅한 하나님의 계획 때문인지 아니면 둘의 결합으로 세워진 것인지 내가 구분할 수는 없지만,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하나님께서 해당 이정표를 다윗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을 달성하는 데 사용하셨다는 점이다. 내가 인간의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 하나님의 계획 이라는 표현보다 하나님의 허락이라는 표현을 더 즐겨 사용하는 이유가 여기서도 드러나게 된다. 나의 능력 부족이나 나의 환경이 하나님의 계획하심을 이루는데 제약이 되지 못하는 것.


사실 난 그동안 하나님을 계속해서 시험하고 있었던 것 같다. 자, 이제 하나님께서 나한테 말씀하신 걸 지키실 때가 된 것 같은데요, 뭐 작은 실마리라도 좀 보여주시죠~ 라거나, 도대체 왜 내가 가는 길마다 막으시는 거죠? 내가 내 일신의 안위를 위해서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흔드시는 거죠? 이해할 수 없는 행보에 투덜되는 나의 모습과, 뭔가 뜻이 있으시겠지 라고 해탈하는 모습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기도 응답이 와도 100% 신뢰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최근에 주시는 마음은 두 가지다.

"니가 안 잊어버렸는데 내가 잊어버렸겠느냐."

"평소에 하지 않았던 것을 시도해 보아라."


그래서 온라인 강의도 찍었고, 자격증 시험 준비도 하고 있고, 그리고 이렇게 브런치에 글도 쓰고.


이력서를 한 줄 한 줄 수정하면서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가 참 많구나 라는 생각과 하나님의 비전과는 거리가 있는 나의 현재 모습에 가시지 않는 의구심이 생긴다. 이 정도 나이 되었으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삶을 살 줄 알았는데, 아직도 청년처럼 꿈을 꾸며 살아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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