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 두려웠던 나 1
내가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던 건 고3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이었다. 작가라는 꿈을 처음 꿨던 건 중학교3학년 때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간 후 현실이라고 외치는 작은 사회와 맞닥뜨려 꿈을 숨겨두었기 때문에 고3이 되어서야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학교는 성적으로 학생을 나누는 우리 동네에서 대표되는 학교였다. 등수별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다르고 만남의 기회도 달랐다. 한 번은 같이 다니던 전교 1등 친구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너는 어떤 꿈을 갖고 있길래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거야?” 돌아온 친구 대답은 이러하였다. ”꿈이 없어서 열심히 하는 거야. “ 난 그 친구가 안타깝지 않았다. 오히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꿈이 잠시 사라졌던 시기에 나는 꿈을 찾기 위해 아등바등 학교생활을 했다. 그 결과로 내 학교생활기록부의 활동은 뒤죽박죽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그때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고3 때 다시 만난 작가라는 꿈은 나에게 ‘열심’이란 키워드를 얻게 해 주었고 단기간동안 참 치열하게 글을 썼다. 흔히 말하는 ‘천재’, ‘재능’이란 단어를 갖고 있는 수험생 뒤에서 좌절하기도 했지만 그러한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만화가라는 꿈도 생길 수 있던 거 같다.
한 번의 수험생활에서 실패를 맛본 후 나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이젠 글만 쓰는 게 아닌 그림도 같이 그리는 시험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이 꿈 또한 마음을 잡는데 오래 걸렸다. 어릴 적부터 그림을 좋아하던 아이지만 진로로 삼고 살아가기엔 리스크가 큰 분야였다. 안정감을 좋아했던 나는 재수를 시작하면서 5월까지도 수많은 고민을 했다. 결국 2개월이란 짧은 시간 동안 기초부터 그림을 배우고 바로 시험장으로 뛰어들어갔다.
무엇인가 다른 느낌이었다. 긴장되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쾌감이 시험장 안에서도 느껴졌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았구나.’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이 안도감은 안정감을 중시했던 나를 도전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바꿔주었다. 비판과 경쟁을 무서워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과거의 나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
최근 들어 더욱 느끼는 부분이 하나 있다. 너무 간절한 건 어떤 상황이 와도 도전하게 되어있다는 걸. 그 간절함이 새로운 환경을 가져다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