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레토 법칙

버려야 할 것, 알아야 할 것

by 세호

작가 소개

안녕하세요. 공군 비행단에서 복무 중인 의과대학 학생입니다. 늦은 나이 입대해 대학시절 가까이 못한 책들을 마음껏 읽고 있습니다. 책장을 넘기며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남기고자 펜을 잡았습니다.

사진 한 장, 편지 한 줄 남기기 어려워하던 저지만, 제 속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나누는 일이, 읽는 분들께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저에게는 깊은 깨달음이 되는 일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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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80%


요즘 잠에 들기 전 하루를 돌아보면 '생각한 시간'보다 '본 시간'이 더 많다. 휴대폰을 켜자마자 확인한 뉴스 알림, 식사하면서 넘겨본 유튜브 추천 영상, 잠깐의 공백을 채우는 SNS 타임라인.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 채 수많은 콘텐츠를 소화하며 하루를 보낸다.


나는 이 현상을 단순히 '정보가 많아졌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다고 느꼈다. 문제는 양이 아니라, 그것들이 우리에게 작용하는 방식에 있었다.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그 말들은 확신에 차 보인다. 서로 다른 깊이의 주장들이 같은 무게로 느껴진다. 어느 것이 옳은지 판단하기도 전에 또 다른 주장이 밀려온다. 그 안에서 우리에게 남는 것은 정리된 선택지가 아닌 불편한 긴장이다.


실제로 많이 알수록 판단은 쉬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였다. 투자, 건강, 커리어 같은 주제는 특히 그러했다. 어제는 '지금이 기회'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오늘은 '곧 위기가 온다'라고 말했다. 두 말 모두 나름의 근거는 있었다. 나는 그 사이에서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기 위해 어떤 선택도 하지 못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겪고 있는 혼란은 아는 것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판단 기준이 없어서였다. 모든 것을 동등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는 열린 자세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할 판단을 외부에 맡기는 위험한 방식이기도 하다.


2. 20%


이후부터 나는 접근 방식을 조금 바꾸었다. 더 찾기보다, 걸러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질문이 생겼다.


이것은 나에게 실제 행동을 요구하는가, 아니면 막연한 불안을 남기는가.

지금의 내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의미 있는 이야기인가.


이런 질문은 진위를 가리기보다는,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묻게 했다. 덕분에 내 앞의 수많은 이야기들은 더 이상 따라가야 할 정답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는 재료가 되었다. 무엇을 받아들이고 흘려보낼지는 양이 아니라 나의 상황과 기준에 달려 있었다.


파레토 법칙이 말하듯, 결과의 80%는 20%의 원인에서 나온다. 내가 매일 접하는 것들도 마찬가지였다. 내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준 것은 전체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80%는 대개 시간과 주의를 소모할 뿐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 20%를 알아보는 눈이다.


이런 변화는 내 일상에도 영향을 주었다. 매일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내가 진짜 알아야 할 것과 그냥 지나쳐도 되는 것을 구분하게 되었다. 우리는 흔히 교양을 더 많이 아는 것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에서는 무엇을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지를 판단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는지 모른다.


모두가 스피커를 높여 말하고 있을 때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해 보는 것. 쏟아지는 소음 속에서 나만의 거름채로 진주를 가려내는 것. 그것이 명확한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오늘 내가 스쳐 보낸 수많은 것들 중에서, 정말 내 삶에 영향을 준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