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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Aug 23. 2024

하늘을 날아다니는 히터

-무더운 날인 이유

 

 요즘 예쁜 우리 딸은 초등학교 2학년 방학을 맞아

오전에 방학수업으로 컴퓨터 교실에 다닙니다.

 

출근을 늦게 또한 퇴근도 늦게 하는 아빠가 깨워서 준비시키고 간식 먹여 데려다준 후에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준비하죠.


더운 여름날에 가까운 학교 한 번 다녀오는 게 꽤나 버겁습니다.


매일 러닝을 하는 게 루틴인 아빠인지라 아무리 더워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둘러둘러 3km는 꼬박 뛰는데 요즘은 정말 비 오듯 땀이 흐르고 뛰고 나면 기력이 다 빠져나간 게 느껴집니다.


끝날 시간이 다 되었는데 땡볕인 학교 정문 앞에 서서 헥헥거리고 있자니, 보고 싶은 따님이 왜 이리 안 나오시누…. 덥고 습한 날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아! 드디어 종종걸음으로 나오다가 한달음에 달려오는 귀염둥이!  

아이들은 키가 작아서 지열(地熱)에 영향을 더 많이 받아서인지 조금만 더운 곳을 걸어도 안쓰럽게 볼이 빨개져서 물통을 꺼내느라 손놀림이 분주해집니다.


아이스크림 가게도 그냥 지나치진 못합니다.



오는 길에 딸아이가 말을 건넵니다.


“아빠, 언제까지 이렇게 더운 거야?”


“웅… 그러게. 이렇게 더운 건 아빠도 처음이네”


“히터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나? 눈에는 안 보이는데 말이야! “


눈이 동그래진 아빠는 아이의 상상력에 놀랐습니다.


“투명망토 같은 걸 두르고 뜨거운 바람을 내뿜고 있는 거 아니야? 어후.. 더워.  새총을 가져와서 여기저기 쏴볼까? 히터가 깜짝 놀라서 도망갈걸? “


아이의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이지 한순간 더위를 잊게 할 정도로 신선하고 흥미로웠습니다.


집에 돌아와 손발을 깨끗이 씻고 요즘 컴퓨터 배우느라 열심인 타자 연습을 해도 되냐고 물어보네요.


웬만하면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안 보여주는데 오늘은 받침대까지 놓아주며 키보드 전원을 어서 켜봅니다.


“아까 우리 딸이 오면서 한 히터 얘기를 뭔가 잘 써놔 볼래? 아빠는 그 이야기가 너무 좋았어!”


아이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뿌듯함과 신나는 표정에

어깨가 들썩들썩! 어느새 워드 프로그램이 실행됩니다.


“오늘 날씨는 히터가 날아다니는 날씨였다.

근데 하늘을 봤는데 히터가 없었다.

마치 투명망토를 입은 것처럼 말이다.

빨리 새총으로 맞추고 싶다. “




 이런 생각들과 표현들.  

아이들의 상상력에는 끝이 없나 봅니다.


새총을 아이들 손에 하나씩 들려주면 이 더위가 좀 더 빨리 가시려나요.


 소나기라도 잠시 더위를 식히려 찾아오길.


아, 투명망토를 걸친 히터는 그럼 어떻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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