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계약금만 받고 넘겼다가, 잔금못 받은 이야기

권리금 계약, 금액보다 무서운 건 타이밍입니다.

by 함광진 행정사

금요일 오후 4시, 퇴근하려는 순간,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사무실 불을 끄려던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잠시 망설이다가 수화기를 들었다.


“혹시 권리금 계약 관련해서 상담 가능할까요?”

목소리 너머로 들려오는 상대의 말투는
조심스럽고, 동시에 절박해 보였다.


그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던 작은 카페를 양도했지만,
권리금 잔금을 받지 못한 채 시설만 넘겨준 상태라고 했다.
양수인은 계약금만 주고는, 지금까지도
잔금을 주겠다는 말만 반복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고 했다.


“이럴 거면 차라리 넘기지 말 걸 그랬어요"

그 짧은 한마디에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아쉬움, 분노, 자책, 그리고 늦어버린 후회.




카페를 정리하려는 이들은 대부분 권리금 계약부터 시작한다.


계약금 일부를 받고, 상가 임대차계약을 마친 뒤, 일정 시점에 잔금을 받는 구조다.

문제는 그 ‘일정 시점’ 이전에 시설을 넘겨주는 경우다.
열쇠를 먼저 주고, 장비도 넘겨주고, 영업도 허락했는데
막상 잔금일이 되자 양수인이 미루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돌이킬 수 없는 손해가 남는다.




시설 상태를 핑계로 잔금을 미루는 경우


잔금을 앞두고 양수인이 가장 자주 꺼내는 말이 있다.

“시설 상태가 생각보다 안 좋은데요.”
“에어컨도 낡았고, 커피머신도 상태가 불안합니다.”
“테이블이 삐걱거려서 교체해야겠어요.”

처음 보는 얘기가 아니다.


이미 계약 전에 매장을 둘러봤고, 그 상태를 보고 계약했는데
잔금을 앞두고 나니 갑자기 ‘하자’가 생긴다.

이런 핑계를 무력화시키는 건 계약서 한 줄이다.
“현 상태로 인수한다.”
이 문장이 빠져 있다면, 상대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분쟁은 결국 사소한 허점에서 시작된다.




매출 부진을 이유로 잔금 지급을 거부하는 경우


이런 말도 자주 들린다.

“며칠 가동해 보니 매출이 너무 안 나와요.”
“상권이 생각보다 죽어 있어서 길에 사람이 없어요.”

겉으론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듯 보이지만,
속셈은 권리금을 일부라도 줄이려는 의도일 수 있다.

문제는 이 경우에도 법적으로 애매해지는 지점이 생긴다는 점이다.
매출이 안 나오는 건 계약 이후의 문제고,
양도인이 책임질 일이 아니다.




양도인이 반드시 체크해야 할 세 가지


1. “잔금 지급 전 인도 금지” 조항 필수

“잔금이 지급되지 않는 한, 상가 및 시설 일체는 인도되지 않는다.”

이 조항 하나만 있어도 양수인의 무단 입주나 미지급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2. “인도”의 범위를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인도는 단순히 열쇠만 넘겨주는 게 아니다.

출입카드, 비밀번호, SNS 계정, 냉장고, POS기 등 모든 집기와 장비

이런 것들이 ‘인도’의 대상이고 조건이다.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써두지 않으면, 나중에 분쟁이 생긴다.


3. 인수인계서 없이는 입주 금지

양수인이 “잠깐 둘러볼게요”라며 매장에 들어오는 것도,
정식 인계가 되지 않았다면 허용해서는 안 된다.

잔금 지급, 인수인계 확인서 작성, 쌍방 서명

이 3가지가 함께 이뤄져야 ‘인도 완료’로 인정받을 수 있다.




권리금 계약은 ‘금액’보다 ‘조건’이 중요하다


상담전화를 하신 양도인은 계약금만 받고,
잔금은 나중에 받겠다는 생각으로 선의로 시설을 넘겨줬다.
그러나 상대방이 연락을 끊는 순간, 모든 상황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시설도 날리고, 권리금도 못 받고,
법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려운 상황.
모두 “먼저 넘겨준 것”에서 시작된다.


권리금 계약은 감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
계약서 조항 하나, 문장 하나가
실제 분쟁에서 결정적인 기준이 된다.

잔금이 지급되기 전엔 어떤 것도 넘겨줘선 안 된다.
이 원칙 하나만 지켜도, 대부분의 피해는 막을 수 있다.


통화 마지막에 그분께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현재로서는 소송을 하시는 방법 밖에 없겠네요”


양도인 입장에서는 그동안 어렵게 일군 사업이
계약서 한 줄로 지켜질 수도, 무너질 수도 있다.


권리금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얼마 받느냐’가 아니라
‘언제, 어떤 조건에서 넘기느냐’이다.


누군가에게 사업체를 넘길 준비를 하고 있다면,
그전에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꼭 한 번, 계약서를 다시 들여다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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