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아니어도 빛나는 자리에 있던 친구들에게
5월이 되면 모두가 기다리는 날이 있다. 바로 체육대회이다.
특히 학생들에게는 계주 선발이 가장 뜨거운 관심사였다. 운동장을 둘러보면 뛰는 아이들의 얼굴이 더 진지해졌고 쉬는 시간에도 누군가는 몰래 달리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지훈이도 그중 한 명이었다.
“지훈아, 너 이번에 진짜 빨라졌더라.”
“진짜? 나 계주 뽑힐 수 있을까?”
“응. 선생님도 너 작년보다 빨라졌다고 칭찬하셨잖아!”
지훈이는 친구의 격려에 힘을 얻어 매일 운동화 끈을 더 단단히 묶고 심호흡을 하며 운동장을 돌았다.
밤에도 부모님 몰래 지훈이 방 침대 옆에서 자기 전에 스타트 자세를 연습했다.
드디어 계주 출전 선수를 뽑는 날! 학생들은 저마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운동장에서 대기했다.
“자, 이번엔 남학생 계주 대표를 뽑을게요!”
지훈이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열심히 달린 끝에 드디어 가장 빠른 친구 4명이 뛰게 되었다.
‘여기서만 잘 뛰면 나는 계주에 나갈 수 있어.’
너무 긴장했던 탓이었을까?
뛰다가 그만 발이 꼬여 속도가 느려지고 말았다. 끝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3등을 하여 아쉽게도 계주 선수에 선발되지 못했다.
지훈이 마음속에서 무엇인가 꺼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왜 나는 아닌 걸까? 그렇게 열심히 연습했는데......’
교실로 돌아오는 길. 친구들의 장난 섞인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지훈아, 넌 좀 느려서 안 뽑힌 거 아닐까?”
“맞아. 선우랑 민석이가 정말 빠르긴 했어.”
장난처럼 들렸지만 지훈이의 가슴은 콕 하고 질렸다.
그때 선생님께서 조용히 다가오셨다.
“지훈아, 잠깐 이야기할까?”
복도 끝 창가에 둘이 나란히 섰다.
“많이 아쉽지?”
지훈이는 고개만 끄덕였다.
“열심히 했던 거 선생님은 다 봤어. 운동장 구석에서 혼자 달리던 너, 쉬는 시간마다 땀 흘리던 모습...... 그건 누구보다 멋졌단다.”
지훈이의 눈가가 살짝 젖었다.
“그런데 저는...... 뽑히지도 못했잖아요.”
“뽑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스스로를 믿고 끝까지 해낸 마음이야. 그리고 한 마디 더 해줄까?”
지훈이가 고개를 들었다.
“지훈이는 트랙 위에서 달리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야.”
그날 밤, 지훈이는 친구들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지훈이는 목소리가 우렁차서 멀리서도 바로 들려.’
‘운동회 때마다 응원 소리가 커서 깜짝 놀랐어.’
그래, 나는 누구보다 크게 응원할 수 있어. 그게 나만의 힘이 될 수도 있잖아?
체육대회 날. 지훈이는 응원 부채를 들고 스탠드에서 목이 터져라 외쳤다.
“선우야 파이팅! 민석아 더 달려, 더 달려!”
친구들이 바통을 넘겨받을 때마다 지훈이는 함께 손을 움켜쥐었다. 자신의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먼저 결승선을 향하고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땀에 젖은 민석이가 다가왔다.
“지훈아. 네가 소리쳐줘서 나 진짜 힘났었어. 니 목소리만 들리더라. 너 덕분에 이긴 거야. 우리 반 MVP는 너야. 진짜로.”
지훈이는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
눈부신 햇살 속에서 달리지 못한 자리에서조차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자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지훈이는 깨달았다. 꼭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주는 사람도 정말 멋진 사람이라는 걸.
ㅡ수업으로 연결된 이 이야기
이 이야기는 ‘사회정서학습(SEL)’ 수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수업 대상: 초등 3~5학년
SEL 키워드: 자기인식, 감정표현, 타인 존중, 공동체 감각
ㅡ수업 주제:
‘나는 응원할 때 어떤 감정이 드나요?’
‘내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준 경험은?’
ㅡ 활동 예시
1. 응원 감정 나무 그리기
내가 응원했던 순간의 기분을 ‘감정 나뭇잎’에 표현
2. 나만의 응원 포스터 만들기
글+그림으로 ‘내 방식의 응원’ 그리기
3. 진짜 MVP는 누구였을까?
눈에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사람 찾기
4. 감정 편지쓰기 활동
‘응원해준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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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활동지는 추후 브런치 또는 블로그에 공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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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교과서에 없지만,
우리 교실엔 언제나 가장 먼저 도착해 있는 배움입니다.
오늘도 아이들의 마음을 따라
작은 이야기를 한 편 씁니다.
사회정서학습 실천교사
허그쌤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