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에게

by 영원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이 생겨서 어떤 글을 써야 할까 생각하다가 우리가 새벽까지 남아 술을 마시던 날이 떠올랐어. 나에게 너를 소개하는 일은 참 쉬운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 어려워지는 날이 와서 조금 슬펐던 날들도 있어. 나는 마음 꺼내는 일에 서툴다 보니 너에게 무수한 편지를 보내곤 했는데 보내지 않을 편지를 글로 쓰려니 왜인지 막막한 기분이 든다. 너에게 편지를 쓸 땐 너의 대한 부가설명이 필요가 없었지만, 이게 글이라면 왜인지 너를 소개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야. 너는 작은 동네에 8살이 될 무렵 이사를 왔어. 나와 친했었던 아이가 네가 이사 온 집에 살았었다는 이유로 네가 오자마자 우린 급격히 친해졌지. 너의 가족이 내 가족이고 내 가족이 네 가족인 것 같은 날들도 있었어. 우리는 언제나 함께였어. 스무 살. 내가 멀리 자취를 시작하기 전까지. 너는 그 무렵 일을 시작하며 처음으로 우리 사이에 공백이라는 시간이 생겼고 서로 알지 못하는 이야기들도 그때부터 생겨났지. 시간이 많이 흐르고 너에게 그때 있었던 일들. 내가 없을 때 너에게 생겨난 일들을 덤덤히 말하는 걸 들으며 나는 알 수 없는 죄책감에 눈물이 났어. 내가 세상에서 너를 가장 잘 안다고 자만했는데, 그게 얼마나 우스운 착각인지 깨닫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어. 멀어진 거리만큼이나 멀어진 우리가 미워서 나는 너에게 자주 투정을 부리곤 했는데. 그 얘기를 하면서 울던 우리가 떠오른다. 다 안다고 생각했던 너를 제일 모르던 나. 미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주인공 이름이야. 이 글에서 너의 이름을 지어줘야 한다면. 그래야 한다면 가장 좋아하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었어. 내가 가장 빛났다고 생각한 시간에 네가 존재해서 다행이야. 우리에게 이겨낼 수 있는 시련만 찾아왔으면 좋겠다. 여름이 시작되는 계절이 오려고 해. 네가 태어난. 나무가 초록색으로 물들고 있어. 다 져버리기 전에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