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소리소문 없이 나를 찾아왔다

기억과 시간을 거슬러

by 노을책갈피

나에게 시란 언제부터였을까? 기억과 시간을 거슬러본다.

때는 고등학교 2학년 문학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고전시가와 현대시를 주로 배웠던 것 같은데,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고전시가에 특히 관심을 가졌다.

고전시가는 삼국시대 이전의 노래로서 오늘날 그 내용을 알 수 있는 것은 몇 편 뿐이라고 한다.

기록의 한계상 그 본래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알기는 어렵지만, 이 시기의 노래가 특별한 양식으로 형성되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고대 가요'로 칭한다.


고전시가의 특징은 모두 노래로 전해지다가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노래들이 널리 전해진 것은 의식적인 노래로서의 가치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이 노래들은 주술 또는 제의 중심의 생활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구지가>의 경우 노동이나 놀이에 노래가 수반되었다는 전통성과 보편성을 보여주는 반면에, <공무도하가>나 <황조가>, <정읍사>는 인간 본연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어 이미 시가의 기능과 성격이 다양하게 분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훨훨 나는 꾀꼬리는
암수 다정히 즐기는데,
외로울사 이 내 몸은
뉘와 함께 돌아갈꼬.
<황조가> 유리왕

유리왕이 지은 <황조가>의 시의 내용을 전문 풀이를 해본다.

1~2행은 숲 속에서 훨훨 날아다니는 저 꾀꼬리는 암컷과 수컷이 서로 정답게 노닐고 있구나. 이 부분은 암수 꾀꼬리의 정다움을 표현한 것이다.

3~4행은 사랑하는 임 잃어 외로운 이 내 몸은 이제 나는 누구와 짝을 하여 돌아가야 한단 말인가? 이 부분은 짝을 잃은 진한 외로움을 표현한 것이다.

인간 본연의 정서를 훨훨 나는 꾀꼬리를 매개로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고전시가들이 나의 정서에 맞았던 것일까?


사실, 고등학생 시절 나는 뒤늦은 사춘기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다.

늦바람이 무섭다는 말도 있듯이, 늦사춘기는 무섭다 못해 나조차도 걷잡을 수 없이 멘털이 흔들림을 넘어 어느 순간 부서져있었다.

그런 나에게 문학 시간은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시간이었나 보다.

내가 다음으로 즐거웠던 한국사 시간은 고 3 담임 선생님의 교과 과목이었는데, 모의고사 성적대로 아이들을 평가하는 선생님 앞에서 한국사 과목도 질릴 데로 질려버린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유일하게 한줄기의 빛처럼 희망으로 남은 문학 시간.

고전시가들을 비롯해 현대시, 서정시, 서사시, 자유시라는 시의 전반적인 특징은 시의 정의에 대해 뚜렷한 특징이 없다.

말 그대로 시의 형식은 확실한 것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그런 시들을 읽고 받아들이는 것은 오롯이 독자들인 우리들의 몫인 것이다.

나는 고등학생 시절, 얽매여있던 자유를 갈망하고자 하는 정서 표현의 수단으로써 시를 좋아했던 건 아니었을까?


사춘기로 힘든 시절, 나의 휘몰아치는 감정을 어쩌면 시를 읊으며 차분하게 마음을 달래어볼 수 있었다.

그렇게 소리소문 없이 내 마음에 닿았던 다양한 시 구절들.

다른 과목 시간은 관심이 없어서 그저 흘려듣기 바빴다.

공부에 딱히 흥미도 없었고, 공부를 해야 할 특별한 명분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나에게 문학시간만큼은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문학시간만큼은 황홀경이라고 표현해야 될까?

나는 문학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 놓칠세라 집중하여 필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 시간만큼은 모범생이었던 것이다.


이 문학시간의 짝사랑이 현재 나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에세이라는 명목으로 매일 나의 글을 쓰고 있으며, 이제는 '시'라는 영역까지 침범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시는 소리소문 없이 나를 찾아왔다.

어쩌면 나에게 한줄기 빛처럼 다가온 그때 그 시절, 문학시간에 접했던 다양한 시들이 나를 빛처럼 구원해 주는 힘이 되었다.

나를 구원해 준 따뜻한 시에게 나도 감사의 마음을 표할 때가 왔다.

이제는 나도 시를 전문적으로 배워 나만의 시를 탄생시켜 보는 것이다.

시를 사랑하는 내 마음을 담아 따뜻하게, 그리고 예쁘게 그려나가야지.

따뜻함을 담은 봄기운을 안고, 나의 시도 그렇게 따뜻하게, 그리고 뜨겁게 탄생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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