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아무나 기억하기
인상적인 한 문단 고르기
나는 쓰고자 하면, 온종일 뭘 쓸지 고민한다기보다 종일에 걸쳐 쓰고 싶은 게 떠올라 고심하는 편이다. 가끔은 종일을 넘어, 잠결에도 쓰고 싶은 걸 생각하고(이쯤 되면 약간 병 같고), 메모하고, 다시 잠들지 못해 뒤척이며 머릿속으로 여러 편의 글을 적어본다. 그럴 시간에 '일어나' 쓰겠다, 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나도 그런 기상을 생각 안 해본 건 아닌데,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따라붙는다. 무슨 부귀영화를, 출근도 해야 하는데, 지금 쓰기 시작하면 몇 시간이나 쓰려나, 쓰다 말면 아니 쓴 것만 못하고, 다시 잠을 청해볼까, 아! 지금 이 상황을 글로 써보면 어떨까, 비전업 작가의 애환을 알아주세요, 징징대볼까, 그럼 어떤 사람은 일기는 일기장에 이러겠지, 일기 같은 걸 써놓으면 그게 일기인 줄 알고 말이야. 이런 몸통 없는 '꼬리 생각'들이 길어지면 애초에 쓰고 싶던 건 핸드폰 메모장에만 존재할 뿐이고(그게 가슴을 갑갑하게 하고), 결국에는 바로 누워서 천장을 바라본다.
김현 <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 작가님은 내 머릿속에 다녀가셨나? 한 문장 한 문장 모두 내 상황들과 일치해서 너무 공감해서 읽은 대목이다. "온종일 뭘 쓸지 고민하기보다 종일에 걸쳐 쓰고 싶은 게 떠올라 고심하는 편이다"
오늘같이 봄비가 내리는 날이면, 특히 쓰고 싶은 소재가 많아진다. 그러기에 지독하게 더 혼자 있고 싶어 진다.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 '떨어지는 벚꽃잎들은 어쩌나'부터 시작해서 '미세먼지가 더 씻겨 내려가서 우리 아이들이 좀 더 파란 하늘을 볼 수 있겠구나.' 이건 종일 일상의 생각 중 찰나에 불과하다.
지금도 굴러가고 있는 내 머릿속 생각.
어디서부터 어떻게 꺼내야 할까. 그게 제일 큰 문제로다.
난 전업주부니까 "전업작가의 애환을 알아주세요."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는 평소에 커피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즐겨마시진 못한다.
왜냐? 아침이면 몰라도 오후 2시 넘어 마시는 커피란..
내 몸이 카페인을 지독하게 거부하는 현상인 걸까. 새벽 5시까지 잠 못 들고, 몸통 없는 '꼬리 생각'들이 길어지는 것이다. '자, 내일의 일과를 그려볼까?' '오늘 독서모임에서 이 얘길 괜히 꺼냈어.' '아이들에게 내가 너무 공부공부하는 건 아닐까?' 자기 후회뿐인 알맹이 없는 꼬리 생각들로 나를 채우는 것이다. 이런 생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나는 중심을 잘 잡아야겠지?
이런 식의 글쓰기를 통해 또 비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다음부턴 잠이 안 오는 새벽에는 책을 꼭 읽으리라.
꼭 독서모임에서 선정된 책을 전날이나 당일까지 읽는 나의 게으름이란.
고쳐먹어야지 해도 결국 나는 또 그러고 있다.
김현 작가님의 책을 읽으니 김현 작가님의 말투를 따라 하게 되는 스며듦이란.
결론은 지금 내 상황과 너무 딱 맞아떨어져서 공감되는 마음에 이 문단을 골랐다.